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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 호주 뉴스미디어 협상법에서 찾은 망 이용대가 공정화의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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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양승희 세종대 교수


공기나 햇빛처럼 무한히 존재해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재화가 자유재(free goods)라면, 공급에 제한이 있어 대가를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는 재화는 경제재(economics goods)에 해당한다. 경제질서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희소성이 있는 경제재가 적절하게 생산·분배·소비되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이 공정하게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인터넷망 이용에 대한 공정한 기여'와 '정당한 뉴스 사용료 지불' 등의 문제가 대변하듯, 현재의 인터넷 생태계에는 적절한 경제질서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인터넷 망도 희소성이 있는 자원이므로, 망을 이용하는 주체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당연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며 시장참여자간의 역차별, 인터넷망 투자 유인 저해 등 여러 문제점들이 파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고 대규모의 고화질 데이터가 송수신되며 콘텐츠 사업자(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대형 CP들의 망 이용대가 지불 관련 논란이 불거졌지만, 여전히 이와 관련해 인터넷 망 사업자(ISP)와 일부 대형 CP간 이견이 첨예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글로벌 빅테크를 협상테이블로 이끈 세계 최초의 뉴스 사용료 지불 제도인 호주 '뉴스미디어 협상법(News Media and Digital Platforms Mandatory Bargaining Cod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부터 시행된 이 법은 뉴스제공자가 온라인에서 창출한 콘텐츠 가치에 대해 대형 플랫폼으로부터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즉 협상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다. 기본적으로 협상 당사자 간 자율협상을 진행하되, 자율협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해 실효성 있는 조정절차를 진행한다.

법이 제정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법안이 논의되자 빅테크 기업들이 뉴스 서비스 차단 등으로 맞서며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뚝심 있게 법안을 통과시켰고, 빅테크 기업들은 법적 의무가 발동되기 전에 뉴스 제공자와 자율적으로 대가 협상에 임하게 됐다. 호주 정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30건 이상의 상호 합의가 자율적 협상으로 종결됐으며, 뉴스 제공자는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수령한 대가의 일부를 뉴스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며 생태계 내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최근에 캐나다 등에서도 호주를 벤치마킹한 법안이 제정되고 있는 이유다.

뉴스미디어 협상법에서 작동한 메커니즘은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분쟁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사실 지난 21대 및 최근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다수의 '망 무임승차 방지' 법안들도 결국 호주의 뉴스미디어 협상법과 그 취지가 일맥상통한다. 핵심은, 법·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ISP-CP 간 자발적인 협상테이블을 구성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즉 법안이 이용대가 관련 사항을 세세하게 규정하지 않더라도, 이용대가에 대한 협상 의무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들이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해법을 도출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CP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커지면서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한 정책 과제로 남아있다. 시장참여자간 협상력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법·제도의 도입은 망 이용대가 공정화를 위한 의미있는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양승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shyang0124@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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