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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나트륨 폭탄' 억울한 편의점 도시락… '덜짠' 버전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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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4사, 나트륨 저감식 도시락 잇따라

업계 "일반 도시락, 외식 메뉴보다 나트륨 적다"

편의점 업계가 저염식 도시락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면서 덜 짜고 건강한 한 끼로 오해를 불식시키는 모습이다.

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2012년부터 추진한 '나트륨 저감을 위한 시범 사업'에 참여해왔다. 그 결과 식약처 기술지원으로 나트륨을 줄인 도시락 등 먹거리를 속속 출시 중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내놓은 'The 건강식단' 시리즈는 식약처 개발 지원을 만들어 개발된 나트륨 저감식 중 하나다. The 건강식당 주먹밥과 김밥의 나트륨 함량은 각각 480㎎, 740㎎으로 WHO 권장 일일 나트륨 섭취량보다 대폭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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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편의점에 도시락 등 음식이 진열되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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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최근 나트륨 저감 일환으로 인기 메뉴인 '정성가득도시락'의 고추장 양념을 저염 고추장 양념으로 변경해 나트륨 함량을 30% 가량 줄였다. 정성가득비빔밥은 돼지고기볶음, 콩나물무침, 계란후라이 등에 저염 고추장 소스와 참기름으로 구성된 상품으로 총 나트륨 함유량은 1010㎎다. 고추장 첨가량에 따라 나트륨 섭취를 최소 483~1010㎎으로 조절해 즐길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세븐일레븐도 식약처 기술지원으로 나트륨을 줄인 김밥을 최근 선보였다. 김밥 속재료인 '스팸' 가운데 나트륨을 줄인 상품을 주재료로 사용해 100g당 나트륨 함량을 280.5㎎으로 낮췄다. 세븐일레븐이 자체개발한 '더커진스팸콘마요삼각김밥' 역시 기존 스팸보다 나트륨이 절감된 스팸라이트를 사용해 100g당 나트륨 함량이 346㎎에 불과하다.

이마트24 역시 최근 저나트륨 도시락 상품으로 '푸짐한제육&불고기도시락'(나트륨 함량 781㎎)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단 관리 수요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저나트륨 건강 간편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있고 위생적으로도 안정성을 인정받은 편의점 도시락이 과연 인체에 해로울 정도의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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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는 매년 균형잡힌 영양과 건강한 조리법에 집중해 만든 나트륨 저감식 등 'The 건강식단'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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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은 나트륨 폭탄일까?
편의점 도시락에 들어있는 나트륨 함량을 둘러싼 논란은 잊을 만 하면 발표되는 조사 결과다. 국내 식품영양학계는 편의점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1400~1500㎎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권고기준(2000㎎) 대비 70%를 넘어선다는 게 해당 주장의 근거다.

일례로 현태선 충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2020년 발표한 논문에서 편의점 도시락의 평균 나트륨 함량이 하루 권장량의 3분의 2 정도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현 교수팀의 연구는 2019년 9월 국내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운데 점포 수 기준으로 상위 5곳에서 판매 중인 도시락 제품 93개에 대한 영양소 함량을 분석한 결과였다.

당시 현 교수팀은 각 프랜차이즈 업체별로 정식류(밥과 반찬으로 구성)와 일품음식류(볶음밥·덮밥·비빔밥 등) 밥을 주식으로 하는 도시락의 영양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정식류 도시락(평균 가격 4455원)의 97.2%, 일품음식류(3696원) 도시락의 90.9%가 하루 권장 섭취량의 3분의 1 이상 함유된 사실을 밝혀냈다.

편의점 도시락 속 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는 또 있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이 국내 5대 편의점 기업의 도시락 총 71개 제품의 가격대별 영양의 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나트륨 함량이 하루 권장 섭취 제한량의 60% 이상인 것을 확인했다. 일반 밥 대신 볶음밥이 담긴 편의점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이 특히 높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편의점 도시락 제조업체는 자사 제품의 볶음밥에 들어가는 양념 또는 조미료의 나트륨 함량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 "외식 메뉴보다 나트륨 함량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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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편의점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이 외식 메뉴와 비교해 낮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실제 편의점 도시락 평균 나트륨 함량은 라면 1봉(1800㎎)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직장인들이 즐겨먹는 점심 메뉴인 짜장, 우동의 경우는 WHO의 1일 권장량을 훌쩍 넘고, 짬뽕의 경우는 2배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짬뽕 한그릇의 나트륨 함량은 4000㎎으로 단일 메뉴로는 가장 높다"면서 "언제부턴가 짬뽕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맛'으로 호평을 받고 편의점 도시락은 일부 식품영양학자로부터 '나트륨 범벅'으로 낙인 찍혔다"고 씁쓸해했다.

유통업계는 '편의점 도시락은 나트륨 범벅'이란 학계 주장의 근거가 되는 WHO의 1일 권장량 준수가 우리나라 식생활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도 편다 .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민건강양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8년 3247㎎에서 2022년 3074㎎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WHO 권고기준(1일 2000㎎)보다 1.5배 이상 높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김치와 국·탕·찌개, 절임과 젓갈 등 반찬류의 나트륨 함량이 높다"면서 "매콤짭짤한 한식의 특성상 음식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세계보건기구의 권장량을 준수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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