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의자 던지고 발길질…"처벌 원치 않는다" 보석[사건속 오늘]
가해자는 이름 바꾸고 "내 인생 걸림돌 다 정리, 새롭게 시작" 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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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학교 폭력 피해자라고 고백한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그룹 멤버를 왕따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나은을 옹호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한때 피해자로서 응원받았던 곽튜브였지만, 누리꾼들은 순식간에 등을 돌렸다.
연예인이 학폭 가해자라고 알려지면 모든 활동이 중단되고 광고계에서 손절당하며 방송가 퇴출 수순을 밟는다. 학폭으로 휘말리면 꼬리표도 계속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이처럼 19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학폭 사건이 있다. 2005년 10월 1일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2학년 최 모 군이 동급생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초등학교 동창인 '학교짱'과 퀴즈게임 하다 '퍽'…나흘 뒤 사망했다
부산 A 중학교에 다니던 고(故) 홍성인 군은 이날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던 오전 10시 50분쯤, 소위 학교 '짱'이라고 불리던 같은 반 친구 최 군에게 폭행당했다.
이날 홍 군은 수준별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 초등학교 동창인 최 군과 함께 그리스 로마신화 책을 읽었다. 이때 홍 군이 책장을 빨리 넘기자, 최 군은 "내용을 다 이해하느냐"고 물은 뒤 이마를 손가락으로 때리는 벌칙으로 5개의 문제를 냈다.
홍 군은 계속해서 문제를 맞히지 못했고, 화가 난 그는 책을 집어던지며 욕했다. 그러자 격분한 최 군이 주먹으로 홍 군의 가슴과 머리를 때렸다.
당시 최 군은 중학생인데도 키 178㎝, 몸무게 70㎏ 건장한 체격이었다. 최 군은 쓰러진 홍 군을 향해 의자를 들고 던지려고 했으나, 같은 반 친구 두 명에게 제지당했다.
그러나 최 군은 다시 의자를 던졌다. 한 번은 친구들이 말려 다른 곳으로 떨어졌으며, 그다음 의자는 홍 군의 옆구리와 다리 쪽에 떨어졌다. 이어 최 군은 발로 홍 군의 배와 머리를 걷어찼고, 홍 군은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때마침 지나가던 체육 교사가 이를 발견해 구급차를 불렀다. 그동안 보건 교사는 흉부 압박을, 생활지도부 교사는 인공호흡을 하는 등 응급 처치를 진행했다.
학교에서 병원은 2분 거리였으나, 교사들은 홍 군을 병원으로 급하게 옮기는 것보다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여 분의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고, 홍 군은 거의 죽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결국 홍 군은 이 폭행으로 폐의 3분의 2가 파열됐고, 지주막하출혈로 머리 전체에 피가 고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홍 군은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4일간 버티다가 10월 5일 세상을 떠났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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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처분 뒤 풀려난 가해자…"살인도 좋은 경험" 2차 가해 루머도
가해자인 최 군은 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였다고 한다. 전교 2등이었던 그는 시험 기간에 더 예민해졌고,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같은 반 학생들을 화장실도 못 가게 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또 급우들은 최 군과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일부러 피해 다녔고, 최 군이 인근 학교에까지 소문날 정도로 학교폭력을 일삼아 급우들이 사건 당시 그를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최 군에게 단기 4년, 장기 6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최 군을 위해 홍 군의 아버지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형사합의서를 써줬다.
최 군의 가족이 보석 신청을 하자, 재판부는 미성년자인 점과 합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해 석방 결정을 내렸다.
석방된 상태로 부산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최 군은 소년법상 보호 처분을 받고 개명한 뒤 2007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사건 이후 최 군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기는커녕 피해자를 2차 가해하고 공분한 누리꾼들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가 자기 메신저 상태 메시지에 "살인도 좋은 경험^^ 덕분에 인간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난 법적으론 살인이 아니니", "이제야 개티즌들 조용하겠군. 형은 이쁜 옷 좀 입으셔야겠다. 오늘은 XX하는 날", "개티즌은 냄비근성이라 5분만 수신 거부하면 조용해" 등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조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부모, 트라우마에 장애 얻어…"아들 졸업장 좀" 눈물
아들 사망의 충격으로 아버지 홍 씨는 뇌경색 증세를 보여 수술을 받았고 이후 말을 더듬는 후유증을 앓게 됐다. 2013년엔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그의 아내 역시 심한 우울증을 겪어 혼자 외출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홍 씨는 아들의 원통한 죽음에도 학교 측에서는 문제를 은폐하려고만 하고,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이에 다른 학교 폭력 피해자 부모와 함께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아울러 홍 씨는 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졌지만 "교육 관여자에게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뚜렷한 과실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홍 씨가 패소했다.
당시 교장은 '학교 당국의 책임이 없냐'는 질문에 "수업 시간이었으면 말렸겠죠. 근데 쉬는 시간이었잖습니까"라고 답했고, 최군의 담임을 지낸 한 교사는 "최 군은 모범생이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홍 씨는 학교를 찾아가 항의했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이후 "다시는 (최 군) 이름을 거론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쓴 뒤에야 고소가 취하됐다.
홍 씨는 2007년 2월, 아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졸업식에 찾아갔다. "아들 납골당에 졸업장만이라도 갖다주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하염없이 아들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렸지만, 끝내 홍 군의 이름은 졸업식장에 울리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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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욕심 생기네" 가해자 '뻔뻔' 근황…누리꾼 공분
사건 발생 7년 뒤인 2012년 7월, 개명한 최 군은 자신의 SNS에 즐겁게 찍은 사진들과 함께 잘 지내는 근황을 공개했다.
최 군은 "한 살씩 나이가 차고 세월이 지나가니까 눈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내 미래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쓰잘데기 없는 것들, 내 인생에 걸림돌들 다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해 보련다"고 적어 공분을 샀다. 이후 최 군은 누리꾼들의 비난 폭격을 받고 SNS 계정을 폐쇄했다.
홍 씨 아버지는 2017년 9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심정이야 최 군을 감옥에 보내고 싶었지만 우리 아이가 불쌍하듯 어찌 보면 그 아이도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최 군보다는 교육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을 죽게 만든 최 군을 원망하진 않는다. 원망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다만 교육 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와 재발 방지를 바랐을 뿐인데, 결국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최 군이 SNS에 올린 글에 대해 "다시 최 군을 만나게 된다면, 그때 왜 그런 글을 남겼는지 꼭 묻고 싶다. 난 최 군을 악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치기에 한 일이라고 사과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십수 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온라인상에 최 군의 사진과 개명 후 이름 등 신상 정보가 올라와 있다. 다만 최 군이 서울 유명 대학교 의대에 진학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누리꾼들은 여전히 그의 근황을 찾아보며 뒤늦게라도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길 바라고 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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