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월평균 자영업자 수는 563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854만4000명 중 19.7%였다. 최근의 소비 침체를 고려할 때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아지기 어려워 연간 기준으로도 20%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해도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일본 9.5%, 독일 8.4%, 미국 6.6% 등 대다수 선진국은 10%에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비중이 높은 곳은 콜롬비아,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 등 기업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나라들이다.
과도한 경쟁도 자영업자 비중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상가를 가득 메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고객을 분산하고, 탕후루 마라탕 등 유행에 편승한 업종이 반짝 인기를 끌다가 줄줄이 폐업하는 일이 계속된다. 높은 최저임금, 배달앱 수수료 탓에 수익 구조가 나빠져 올해 2분기 자영업 가구 월평균 소득은 근로자 최저임금 수준인 201만5000원에 불과했다.
한국이 ‘자영업 공화국’이 된 데에는 이른 은퇴와 사회안전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실제로는 40대 말, 50대 초에 첫 직장을 그만둔 퇴직자가 다른 기업의 근로자로 새출발할 기회는 극히 부족하다.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 이상 버티기 위해 은퇴자들은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 카페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
대출 확대, 전기요금 감면같이 수명만 늘려주는 단순 지원으로는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는 과감히 지원하되, 폐업 비용이 두려워 가게 문을 못 닫는 자영업자들에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일손이 달리는 제조업, 노인 요양업 등으로 전업할 수 있도록 손에 잡히는 고용 정보와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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