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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축제는 끝났다’…나스닥 쓴맛 보는 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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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규 상장 기업 저승사자들’이 달려든다


지난 6월 27일. 미국 뉴욕은 ‘초록 물결’로 가득했다.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을 자축하는 옥외 광고. 상장 기념 타종(오프닝벨) 행사에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참석했다. 당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나스닥 상장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해진 창업자가) 자랑스럽다고 하면서 울컥하더라. (그동안)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환호의 순간을 전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10% 가까이 오르며 ‘아시아의 디즈니’라는 멋진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행복 스토리는 딱 여기까지였다.

최근 네이버웹툰 상황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외적으로는 미국 현지 주주 소송을 마주했다. ‘신규 상장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증권 소송 전문 로펌들이 붙었다. 로펌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웹툰엔터 대상 집단 소송 제기 계획을 밝혔다. 웹툰엔터가 상장한 지 6주 만에 발표된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크게 밑돌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웹툰엔터가 상장 당시 실적 악화를 우려할 만한 일부 정보를 고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지 않아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임직원이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스톡옵션 행사가격 논란’ ‘늦어진 연봉 협상’ 등으로 내부 직원 불만이 고조된 탓이다.

매경이코노미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27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왼쪽에서 4번째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네이버웹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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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주 집단 소송 왜?

“IPO 직후 실적, 컨센 2배 하회”

미국 현지 주주 집단 소송은 ‘로빈스 겔러 루드만&다우드(Robbins Geller Rudman&Dowd)’ ‘BG&G(Bronstein, Gewirtz&Grossman)’ 등의 로펌이 주도한다. 이들이 소송에 뛰어든 이유는 명확하다. 상장 직후(8월 9일) 발표된 2분기 실적이 현지 증권가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을 꼬집었다. 웹툰엔터의 2분기 매출은 3억2097만달러, 영업이익은 7660만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3억4080만달러, 2890만달러 적자) 대비 한참 못한 수치다.

이들은 “상장 후 6주 만에 발표된 2분기 실적이 증권가 컨센서스와 차이가 크다는 건 웹툰엔터가 상장 당시 S-1(증권신고서) 등에 꼭 기입해야 할 내용을 고의로 뺐거나, 허위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적 하락은 주가 급락 원인이 됐고 투자자 손해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웹툰엔터 주가는 8월 8일 20.6달러에서 8월 9일 12.7달러로 38.3% 떨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주당 10달러 붕괴 우려도 나온다.

이들이 주주 소송 근거로 삼은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웹툰엔터가 S-1 등 미 SEC 제출 서류에서 ① 광고 수익률 성장 둔화 우려 ②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수익 둔화 ③ 달러 대비 약세인 원화·엔화 매출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미진하게 밝혔다는 것. 다만 ①과 ②는 보는 시각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웹툰엔터가 S-1 ‘위험 요인(risk factors)’ 부문에 기재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웹툰엔터는 ‘성장과 광고 사업 간 관계(Our growth dependson our ability to innovate and expand our advertising business and to develop effective advertising products)’ 항목에서 2022년과 2023년 광고 수익·매출 대비 비중, 2024년 1분기 광고 수익·매출 대비 비중 등을 밝혔다. ②도 ‘IP 매출 실패 가능성(We intend to continue to diversify our monetization strategy and increase revenues from IP Adaptations, which may not be successful)’ 항목에서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다만 ③의 경우 뚜렷한 언급이 없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2분기 실적 컨센서스 하회가 ③과 관련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웹툰엔터는 한국과 일본 시장 매출 비중이 높다. 이는 월간 유료 이용자 수(MPU) 수치로 확인 가능하다. 2분기 기준 한국과 일본 MPU는 각각 370만명, 220만명인 반면 기타 지역 MPU는 180만명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 강달러 현상으로 원화·엔화 매출을 달러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매출 상쇄 효과가 발생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분기 웹툰엔터 실적 리포트에서 “2분기 실적 부진 배경에는 원화와 엔화 약세 영향이 컸다. 달러 기준 매출액 성장률은 다소 충격적일 만큼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미국 증권법 위반을 주장하는 민사 소송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계류 중인 소송에 대해서 공식 입장은 없으며 적극적으로 변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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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내부 결속 과제

스톡옵션 논란에 연협도 지연

위기의 상황. 내부 결속이 절실하지만 쉽지 않다. 나스닥 상장 과정에서 일반 직원이 느낀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을 이어왔다. 만성적자 구조를 줄여야 상장에 유리하기 때문. 이에 직원 인센티브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와 관련 상장 이후 모든 과실이 임원진에 쏠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게 스톡옵션이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스톡옵션 프로그램’ 이름으로 임직원·이사회(BOD) 대상 계약서상 기재된 행사가격으로 웹툰엔터 주식 매입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데 행사가격이 살짝 이상하다. 직원 상당수의 스톡옵션은 공모가(21달러)보다 높게 책정됐다. 반면 임원진 스톡옵션은 공모가의 절반 수준이다. 웹툰엔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스톡옵션 346만1670주를 보유 중인데, 행사가격은 11.04달러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도 283만2270주를 11.04달러에 매입 가능하다.

반면 직원은 일부를 제외하면 행사가격 20달러 이상이 대다수다. 행사가격 30달러 이상인 직원도 상당수다. 웹툰엔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2월과 2023년 2월 약 700명이 32.3달러 행사가격 스톡옵션을 받아들였다. 공모가를 훌쩍 웃도는 행사가격이다. 최근 웹툰엔터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 토막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스톡옵션은 당분간 ‘휴지 조각’ 상태다. 스톡옵션 행사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예상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책정된다. 이에 공모가와 비슷하거나 소폭 웃도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공모가보다 52% 높은 행사가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늦어지고 있는 2024년 연봉 협상도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불만 요소다. 매년 초 연봉 협상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사실상 10월까지 미뤄진 상태다.

이렇다 보니 직원 사이에서는 ‘상장라이팅(상장+가스라이팅)’ 당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네이버웹툰 직원 A씨는 “상장을 위해 추가 근무는 물론이고, 비용 절감 등에도 직원들이 모두 동참했다. 하지만 상장을 마치고 보니 직원에게 떨어진 보상은 제로(0)에 가깝다”며 “그런데도 경영진은 일을 열심히 해 주가를 올리면 된다는 식의 태도”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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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수익성, 개선 가능할까

MPU 하락에도 “실적 증명할 것”

주가 급락과 내우외환까지 겹친 상황. 이제 시장 관심은 향후 사업 전망과 실적 개선 가능성에 쏠린다.

우선 당장의 지표는 좋지 않다. 수익과 관련된 직접적 지표인 월간 유료 이용자 수(MPU)와 평균결제액(ARPPU) 추이가 하락세다. 특히 핵심 시장인 한국 내 실적이 부진하다. 2022년 1분기 이후 400만명대를 유지하던 MPU는 지난해 4분기 390만명으로 줄더니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380만명, 370만명을 기록했다. ARPPU 역시 2022년 2분기와 3분기 9달러대로 나타났지만, 올해 2분기에는 7.5달러까지 떨어졌다. 또 다른 핵심 시장인 일본의 ARPPU도 21.2달러로 전년 동기(22.5달러) 대비 1달러 이상 빠졌다.

한국과 일본 이용자 사이에서는 네이버웹툰 연재작 수는 늘었지만, 정작 읽을 만한 웹툰을 찾기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 작품이 인기를 끌면 그와 유사한 장르의 작품만 쏟아져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 최근 작품 대부분은 ‘학원물’ ‘회귀물’ 등에 쏠린다. 일부 이용자는 스토리뿐 아니라 “작품의 그림체마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유료 이용자 이탈은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웹툰엔터가 밝힌 3분기 가이던스 역시 시장에서 기대한 수치에 못 미친다. 웹툰엔터는 3분기 3억3200만~3억3800만달러 매출을 예상했다. 시장 예상치(3억5100만달러)를 밑돈다. 김아람 애널리스트는 “웹툰엔터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38% 급락했는데, 상장 후 첫 번째 실적 발표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과 3분기 가이던스는 그보다 더 안 좋다는 점이 불안 요소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최근 부진한 실적과 실망스러운 3분기 가이던스가 중장기 성장성과 비즈니스 모델(수익화 방안) 의구심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웹툰엔터도 이 같은 시선을 인지하고 있다. 9월 10일 진행된 골드만삭스 주관 커뮤나코피아&테크 컨퍼런스 2024에서 데이비드 리 웹툰엔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미 투자가 끝난 작품도 광고와 지식재산권 사업에서 업사이드가 있다”며 “지역 확장과 광고 등에서 레버리지가 발생, 향후 몇 개 분기 내 (실적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웹툰의 경우 한 번 확보한 작품은 자산처럼 쌓이는 구조인 만큼(Asset-like model), 추가 투자 없이 광고 매출이나 IP 수익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8호 (2024.10.02~2024.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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