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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World & Now] 월가 관심 밖 밀려난 韓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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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월가에 진출한 한국 증권사에 한국 주식 담당자는 40·50대밖에 없다. 젊은 직원들 중 한국 주식을 맡겠다는 사람은 없고, 증권사도 신규 한국 주식 담당자를 채용한 지 오래됐다."

한국 증권사의 한 뉴욕법인장이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월가에 진출한 한국 증권사는 현지 미국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국 주식을 판매하는 업무를 주로 하지만 수년 전부터 월가에선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급감해 담당 인력이 줄어들고 고령화됐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국내 증권사 뉴욕법인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머징(신흥) 펀드에 한국을 편입하는 경우가 많았고, 한국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투자가 많았다"며 "지금은 한국 투자 볼륨이 줄고 담당 인력도 동반 감소했다"고 전했다.

미국 10대 헤지펀드에서 근무하는 한국계 펀드매니저는 최근 상사로부터 펀드 투자 지침을 받았다. 95%를 전 세계 특정 분야에 투자하고 나머지 5%는 한국에 대한 공매도를 하라는 것이었다. 주식시장 등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 시장에 대한 월가의 평가는 이토록 암울하지만, 월가에서 눈에 불을 켜고 관심을 집중하는 한국 기관도 있다. 바로 국민연금공단과 한국투자공사 등 연기금이다. 월가에서도 큰손인 한국 연기금과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어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안달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종합하자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쩐주'가 됐지만 국내 시장은 계속 '퇴행'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최근엔 대한민국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 밸류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밸류업 정책만으로 한국 증시가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금융인은 월가에 없다.

왜 그럴까?

월가에서는 무엇보다 규제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규제가 너무 촘촘히 시장을 억누르고 있고 여기에 눈치 보는 환경이 시장을 키우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국 증시 수익률은 미국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한국 증시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월가 대형 사모펀드 내 신용사업부의 한 담당자는 "한국에 새로운 금융 투자 상품 출시를 추진했지만 규제와 새로운 상품에 대한 시장의 낮은 수용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회고했다.

국내 기업들도 바뀌어야 한다.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들은 철저히 주주 친화적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바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공격받는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주주 친화 정책을 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과 한국의 자본시장 격차는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간격이 벌어졌다. 이제 그 간격을 메울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

[윤원섭 뉴욕 특파원 yw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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