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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강력 스케일·열연에도 호불호 갈린다…현대로 온 ‘경성크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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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 대작 넷플릭스 시리즈 시즌2로 완결

정동윤 감독 "용서와 망각 다르다 말하고파"

중앙일보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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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망각은 다르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정동윤 감독)

총제작비 700억원의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연출 정동윤, 극본 강은경)가 지난 27일 시즌2(7부작) 전체를 공개하며 완결했다. 시즌1(10부작)이 1945년 일제 군부의 생체 실험에서 비롯된 괴수를 부각시키며 윤채옥(한소희)과 장태상(박서준)이 시대의 아픔에 맞서는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현대(2024년)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엇갈리는 운명과 로맨스가 주가 된다. 배경은 물론 주요 인물, 서사구조가 달라지면서 마치 두 개의 다른 드라마를 이어붙인 듯한 느낌까지 난다.

30일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정동윤 감독은 “두 시즌을 다른 톤으로 간 건 애초 기획한 것”이라며 “경성 한복판에 나타난 크리처라는 발상에서 출발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했다. 시즌 1·2 촬영도 2022년에 석달 간격으로 바로 이뤄졌다고 한다.

79년의 서사를 잇는 스릴러 매개체는 ‘나진’. 시즌1 때 일본군이 태평양전쟁의 전세를 뒤집기 위해 인체에 실험한 생명체로 소개됐던 나진은 현대에 와서 바이오의학 전문 전승제약에 의해 은밀하게 계승되고 있다. 옹성병원 지하에서 고통 받던 식민지 조선인 마루타들이 시즌2에 와서 일상의 평범한 시민들로 바뀌었을 뿐, 현세의 탐욕스러운 무리가 여전히 반인륜범죄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정이다. 정 감독은 이 같은 관점에서 “현대 서울을 영화 ‘배트맨’ 속 고담 시티처럼 음울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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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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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는 엄마이자 괴수였던 세이싱으로부터 나진을 물려받은 채옥이 서울 한복판 연쇄 살인사건 현장에서 과거의 태상과 꼭 닮은 흥신소 운영자 호재(박서준)와 마주치면서 시작된다. 형사 스릴러의 문법 속에 뱀파이어 로맨스 분위기를 버무리면서 시즌1에 비해 한층 빨라진 속도감과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인다. 시즌1보다 압축해 편당 45분 가량의 에피소드 7개다. “OTT 크리처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를 감안해서 시즌2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부각시켰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파주 세트장에 실내외 도합 5300평의 공간을 조성하고 전승제약의 비밀 실험실과 여기서 탄생된 쿠로코 일당이 주인공들과 맞붙는 폐공장 건물 등을 만들었다. 특히 초반부 정체 모를 살인귀로 등장하는 승조(배현성)의 능수능란한 촉수 VFX가 시즌1에서 다소 밋밋했던 괴수 표현에 생동감을 더했다. 나진 통제법 역시 질소가스 수면에 국한됐던 것에서 현대 생리학의 발전에 맞춰 약물을 통한 24시간 무력화 등으로 고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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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1&2를 연출한 정동윤 감독.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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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이 시대물과 크리처물의 결합을 모색했다면 시즌2는 수사물과 크리처, 뱀파이어 로맨스, SF 히어로물 색채까지 뒤섞였다. 다소 널뛰기 하는 극중 톤에 균형추가 되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세월의 격차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캐릭터 조절. 한소희는 지난 25일 제작발표회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와이어(액션 장비)를 탔는데 너무 오래 타서 고소공포증이 없어질 정도였다”면서 “초인적인 힘을 얻었다는 설정이라서 좀 더 빠르고 정확한 동작을 위해 많이 연습했다”고 밝혔다.

현대의 총기와 타격도구를 활용하면서 훨씬 많은 액션신을 소화한 박서준은 후반부에 마치 배트맨 같은 다크히어로 분위기를 내뿜는다. ‘쿠로코 대장’(이무생)의 인솔 부대 표현에도 아이디어를 보탰다고 한다. 정 감독은 “서준씨가 해외여행 중에 참고하라며 찍어보낸 길거리 코스튬 사진을 보고 쿠로코의 안면 복장 등을 착안했고 바퀴벌레 같은 날랜 움직임을 가미했다”고 전했다.

시즌2는 태상/호재의 비밀이 드러나는 4부부터 반전을 거듭하지만 지나치게 꼬아놓은 서사가 개연성을 갉아먹는다. 마에다 상(수현)으로 대표되는 일제 잔존세력과 전승제약이 현대에 와서 나진 실험을 계속하는 목적이 불분명한 데다 ‘나진 이식’이 인간성과 어떻게 공존·배치되는지도 모호하다. 태아 시절 나진을 유전받은 승조가 이편 저편 오가며 널뛰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대표적이다. 정 감독은 “스토리에 선택과 집중을 하다보니 각 인물의 서사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나진이라는 힘을 쥔 인물들이 각각 어떻게 살아가려 하는가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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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 2.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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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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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육군 소속 관동군 예하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차용한 ‘경성크리처’는 시즌1때부터 “반일감정에 기댔지만 장르물로서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1945년 이후에도 죄의식 없이 사익을 위해서 뭔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정 감독)는 설명과 달리 현재의 악행들이 SF적 상상력에 머무르고 있어 시즌1의 역사의식에서 겉도는 느낌이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시즌2는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TV쇼부문 3위에 올랐고 한국·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80개국 TOP10에 들었다(플릭스패트롤 집계). 배종병 넷플릭스 서울오피스 시리즈부문 디렉터는 “일제의 만행을 크리처로 의인화하는 아이디어에 끌렸다. 190여개국에 서비스되는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 손으로 이런 얘기를 하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미국·독일 등 해외 시청자들도 호응해주는 걸 보면 보편적인 역사의 아픔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자, 지금도 쉽게 타협하고 고개 숙이는 시대적인 아이러니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승조가 등장해 나진을 무차별 배포하는 시즌2 쿠키 영상과 관련해선 “그림자 세력이 일상까지 스며 있다는 걸 표현하려 했다”며 “굳이 시즌3를 의도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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