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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KERI, 나노미터급 미세유리관 접촉 판별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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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빛으로 나노미터급 영역에서의 미세유리관 접촉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한 KERI 표재연(앞줄 왼쪽) 박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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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연구원(KERI) 스마트3D프린팅연구팀의 표재연 박사팀이 빛을 이용해 나노미터급 미세유리관의 접촉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미세유리관’은 유리관의 끝단을 아주 작게(직경 0.1mm ~ 0.000010mm) 가공한 정밀기구로, 세포를 다루는 생명공학에서부터, 미세 전기도금, 나노 3D프린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생명공학에서는 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에서 난자에 정자를 주입할 때라던가, 세포의 기작 연구를 위해 세포벽을 침습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전기도금 분야에서는 미세한 영역에만 금속 도금을 형성할 수 있어 정밀 전자회로나 미세 구조물 제작에 활용 가능하며, 유리관을 3D프린팅 노즐로 활용하면 초미세 구조물을 3차원으로 인쇄할 수 있다.

미세유리관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섬세하고 정교하게 끝단의 접촉을 구현하여 유리관이 깨지지 않게 하거나, 대상 물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접촉 여부를 확인해 왔지만, 나노미터급의 초미세유리관에 대해서는 해상도의 제약으로 인해 접촉을 구분할 수 없었다. 전류나 진동을 이용해서 접촉을 판별하는 방식도 있으나, 활용할 수 있는 재료(전도체)의 한계, 결과의 간섭 및 변동성 발생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에 표재연 박사팀이 활용한 접촉판별 방식은 ‘빛’이다. 미세유리관에 빛을 비추면 빛은 관을 타고 아래쪽 끝단까지 전달된다. 이때 끝단이 물체와 닿지 않았을 때는 선명한 빛이 나고, 접촉하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 전등 하나만 비추면 광학현미경 해상도의 한계를 넘어 접촉을 판별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지만, 나노미터급 영역에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없다면 이끌어낼 수 없는 성과다.

연구진은 다양한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멸파 형태로 전달되던 빛이 접촉에 의해 끝단에서 산란(scattering)되지 않고, 접촉한 물체로 전달되는 것임을 물리적으로 규명했다. 또한, 기술의 활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나노 3D프린팅 공정 ▲미세 구리 전기도금 공정 및 관로 막힘(Clogging) 해결 ▲구강상피세포의 세포벽 침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세유리관의 섬세한 접촉판별을 시현하여 정확하고 즉각적인 판별 성능을 확인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가 발행하는 나노과학 분야 최상위급 SCI 학술지인 ‘ACS Nano’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학술지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JCR Impact Factor’는 15.8로, 해당 분야 상위 5.9%에 속한다.

KERI 표재연 박사는 “현미경 관찰에 기반한 기존 나노 3D프린팅 공정이 물리적인 한계에 직면하여 인쇄의 해상도, 안정성, 수율 향상을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했다”라고 연구 배경을 밝히며 “광물리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3D프린팅에 사용하는 노즐인 미세유리관을 접촉판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원천기술의 특허 출원까지 완료한 KERI는 이번 성과가 나노미터급 초정밀 공정이 필요한 3D프린팅, 디스플레이, 생명공학, 전기도금, 반도체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재료나 환경의 제약 없이 간단히 전등 하나만 비추면 구현할 수 있는 초간편 기술이라 적용 범위가 매우 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표재연 박사팀은 더 많은 분야에서의 활용성을 직접 시현하고 검증해 수요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이번 연구는 KERI의 기본사업인 ‘전기·전자기기 회로/하우징 일체화 4D프린팅 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진행됐다. 표재연 박사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부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이현지 인턴기자 lee.hy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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