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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엔비디아 中 시장서 위기 맞자… 화웨이, 엔비디아 고객 잡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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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인공지능(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화웨이는 AI 칩 신제품을 엔비디아 주요 고객사와 함께 테스트하며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3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를 비롯한 엔비디아 고객들에 최신 AI 칩 ‘어센드 910C’ 샘플을 공급하고 막바지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칩은 미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작년 초 엔비디아 대항마로 내놓은 AI 칩 ‘어센드 910B’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화웨이는 중국 현지 빅테크들에 이번 제품이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인 H100과 유사한 성능을 보인다고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H100은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규제로 작년부터 중국 수출이 금지됐다. 이에 엔비디아는 현재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의 5분의 1 수준인 H20 칩을 개발해 중국 시장에 팔고 있다.

화웨이가 새로운 칩을 성공적으로 대량 생산할 경우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 AI 칩에 의존해 오던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들은 중국용 제품의 성능이 낮아지자 대안으로 작년부터 화웨이 어센드 910B 칩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어센드 AI 솔루션이 지난해 중국 상위 대규모언어모델(LLM) 70여개 중 절반가량을 훈련하는 데 사용됐으며, 점유율은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강력한 GPU에 대한 중국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화웨이의 새로운 AI 칩이 끌어들이고 있다”며 “화웨이가 이 칩을 출시하면 엔비디아에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 엔비디아는 중국 AI 칩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으나, 주력 GPU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은 25%에서 한자릿수 중간대로 급감했다.

중국 정부도 자국산 AI 칩 사용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규제당국은 엔비디아 H20 칩을 구매하지 말고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AI 칩 구매를 늘리라고 권고하는 ‘창구 지침’을 자국 기업들에 하달했다. 창구 지침은 마치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내려보내는 가이드라인처럼 법적 강제력은 없다. 이런 지침은 중국 내 무역 관련 단체들까지 하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5월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자국산 반도체 사용 비중을 내년까지 최고 25%까지 높이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기세를 몰아 AI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에릭 쉬 화웨이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24 기조연설에서 “향후 5년간 화웨이는 AI 생태계에 더 많은 투자를 해 모든 기업과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컴퓨팅 파워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를 지속하기 위해 컴퓨팅 슈퍼노트와 클러스터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내 두번째로 큰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이기도 하다. 쉬 회장은 “현실적으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는 이른 시일 내에 해제될 가능성이 낮다”며 “이런 상황은 회사가 컴퓨팅 지원을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새로운 AI 칩을 내달 즈음 출시하더라도 생산능력 한계로 공급이 수요에 한참 못 미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SMIC에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되는 어센드 910B 칩은 TSMC의 같은 공정 제조 비용보다 50%가량이 더 들어가는 데다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 역시 20~30% 수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AI 칩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화웨이의 AI 칩 생산 속도는 여전히 납품 일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지 빅테크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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