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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재명 “매우 부족하고, 거칠고, 불편”···윤 대통령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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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인터뷰…“국회를 행정부 산하기관으로 여겨”

잇따른 거부권 행사 비판 “국회 존재 자체 부정”

영수회담 이후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 일화 공개

윤 정부 의료·연금개혁엔 “대화와 타협 모두 실종”

임종석 ‘두 국가론’ 비판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돼”

“성장이 더 중요...나는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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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회를 행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여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체제에서 공화정과 민주주의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의료, 연금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된 MBN인터뷰에서 “국회가 하는 모든 입법을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회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국회를) 산하기관으로 여기고 있다”며 “그렇다고 정부가 또는 대통령이 반대하니까 (입법을) 하지 말아야지 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또 거부하면 거부하는 데 대한 대안을 만들어 국민께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계속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은 가족 또는 본인이 관련돼 있을 법한 일들에 관한 법률을 다 거부하고 있다”며 “오로지 행정 권력에 의한 일방적 지배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고려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를 제안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정부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일시적인 정책의 혼선 또는 부족함은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공화정 자체,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 문제는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맡긴 권력 행사에서 균형 감각과 공정성, 절제가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매우 부족하고, 거칠고, 불편하다”고 했다. 또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으니 억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있겠다”고 밝혔다.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김건희 여사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와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 판결을 앞둔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논란과 관련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높다”며 “법원에서 잘 걸러줄 것으로 생각하고, 결국 제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결국 우리 국민의 힘”이라고 말했다. 법원 판결에서 승리할 것이란 뜻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영수회담 이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 차례 전화를 받았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이 대표는 “병원 치료받으러 갈 때였는데 ‘치료 잘 받으시라’고 전화 한 번 했던 기억이 있다”며 “최근엔 여러 현안이 많이 꼬이고 있어 한 번쯤 뵙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개혁과 관련해선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면서도 “이는 혁명이 아니고 개혁이기 때문에 많은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대응에 대해 “대화하고 타협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모두 생략됐다”며 “너무 거칠고 급격하게 사안을 다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오지 않아도 될 일이 여기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2025년도 (의대) 정원 얘기도 논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조언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쓴소리했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등 큰틀에서 여야 의견이 일치했지만, 대통령실이 구조개혁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 논의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모수 개혁이라도 처리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가능한 것부터, 쉬운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빨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두 국가론’에 대해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사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평화를 유지, 확장하면서 통일을 지향한다는 점은 버릴 수 없는 가치와 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게 정치다”라고 했다.

차기 대선 전망 관련 질문엔 “아직 멀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패한 데 대해선 “압도적으로 졌든, 간발의 차로 졌든 민주당은 졌고 선택받지 못했다”며 “그 책임은 (후보였던) 제게 있고, 그 부족함을 메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족함 가운데 한 부분은 우리 내부 단합의 부족함”이라며 “평소에는 경쟁하더라도 때가 되면 힘을 합쳐서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메시지도 다수 내놨다. 이 대표는 “진보정당이라고 하면 보통 분배 얘기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는 성장이 더 중요하다”며 “나는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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