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4 (수)

이슈 제 22대 총선

[단독] 여당은 총선 몰두, 당국은 뒷짐만… 北 인권재단 접점 찾고도 유야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야 외통위, 北 인권법 개정 등

2024년 초 합의에도 총선 핑계로 방치

통일부는 기재부와 예산 논의 뒷짐

“당정, 출범 의지 있나” 비판 일어

“북한인권법에서 그 부분만 개정하면 된다는 거잖아요?”(국민의힘 태영호 전 의원) “그렇죠. 2월에는 처리할 수 있도록 합시다.”(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

지난 1월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실. 당시 외통위 여야 간사였던 태 전 의원과 이 의원은 8년 동안 논의에 진전이 없었던 북한인권재단 출범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았다.

세계일보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 설치된 철조망 너머로 북한 갈도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인권재단에 여야가 한 명씩 추천한 상근이사를 두도록 북한인권법을 개정하면 민주당이 야당 몫 이사를 즉각 추천하겠다고 당론으로 제안한 것이다. 현행법에는 상근이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여야 추천 인사가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 불확실하므로 법에 명시해 북한인권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국정과제로 삼아온 정부·여당은 민주당의 전향적인 입장에 “의견의 접근을 이룰 수 있는 사안”(문승현 전 통일부 차관), “선거 전에 통과시키자”(국민의힘 하태경 전 의원)라며 호응했다. 태 전 의원은 민주당 제안을 담은 북한인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유일한 쟁점은 상근이사 1명 신설에 따른 예산 문제였는데, 이는 통일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후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그러나 21대 국회 외통위 회의는 그날을 끝으로 열리지 않았고, 여야가 겨우 접점을 찾은 북한인권재단 출범 논의도 없던 일이 됐다. 여야 의원들이 4·10 총선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며 추가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부임 문제가 불거져 외통위 회의 개최가 달갑지 않았던 여당 의원들이 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외통위원장이었던 김태호 의원과 태 전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선거를 뛰지 않았나. 여당에서 ‘도저히 회의가 불가능하다. 선거 끝나고 하자’고 했었다”고 말했다. 태 전 의원은 “원내지도부와는 논의를 안 한 상태였고, 여야 간사 간에 합의를 본 후 원내대표한테까지 올라가려고 했는데, (시기가) 너무 늦었던 것”이라며 “선거가 모든 것을 뒤집어 삼켰다”고 전했다. 총선 이후에는 외통위 소속 의원 절반이 낙선·낙천하면서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

기재부와 이견을 조율하기로 했던 통일부도 뒷짐만 지고 있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상근이사 관련 예산 문제에 대해 기재부와 직접 협의한 바 없다”며 “(1월 9일 소위 이후) 여야에 통일부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의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22대 국회에서 북한인권재단 출범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민주당이 다시 공동상근이사 방안을 제안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외통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21대 국회 논의 상황을 모른다. 북한인권재단과 관련해 당내에서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조항 자체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상근이사 관련된 개정 논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29일 통화에서 “이사 추천을 안 해오던 민주당이 입장을 바꿨을 때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강조한 정부·여당이 후속조치를 안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해야 하는 북한인권 연구·정책개발 기구로,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아 여태까지 출범을 못 하고 있다.

김병관·최우석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