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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헤즈볼라 수장’ 사망에 중동 전운 최고조···이스라엘·이란 다음 스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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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해 중동 지역에 일촉즉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총력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이란을 향해서도 정면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가능성이 우려된다.

경향신문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28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존 입구 근처에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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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다짐’ 이란 향해…네타냐후 “우리 때리면 우리도 때릴 것”


28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영상 연설에서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 중심이자 핵심 엔진이었다”며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요건이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텔아비브 이스라엘군(IDF)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며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경고했다.

IDF는 전날 F-15 전투기 편대를 띄워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를 공습한 뒤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나스랄라가 헤즈볼라를 30년 넘게 이끈 상징적 존재인 만큼, 그의 사망은 헤즈볼라에 상당한 타격을 안길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란과 그 대리 세력으로 구성된 ‘저항의 축’은 일제히 보복을 다짐했다. 하메네이는 성명을 내고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동 지역 내 모든 저항 세력은 나란히 서서 헤즈볼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이란은 이스라엘과 충돌하면 미국이 개입할 것을 우려해 직접 대응을 최대한 피해왔다.

헤즈볼라는 나스랄라 사망 소식을 발표하면서 “적과의 성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요르단강 서안을 향해 미사일 90발을 발사했다. 후티 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예멘에서 날아와 이스라엘 중부에 공습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미사일을 영토 밖에서 격추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 매체는 일부 미사일 잔해가 예루살렘 인근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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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시아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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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상전 준비 초읽기…미국 “제한적 지상전 가능성”


커지는 확전 우려 속에 국제사회는 이란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외부의 적’을 공격함으로써 국내 위기를 돌파하려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란이 언제, 어떻게, 어떤 수준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중동 지역 상황이 달려있다는 평가가 다수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도발에도 확전을 피하고자 ‘전략적 인내’를 고수해온 이란이 나스랄라의 죽음으로 개입이 불가피해진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미국 싱크탠크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CNN에 “나스랄라 사망 이후 헤즈볼라가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게 분명하다면 이란의 불개입 원칙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이란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나머지 대리 세력들의 이란에 대한 신뢰마저 문제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이 공격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란의 개입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에 대비해 레바논과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스랄라가 숨졌는데도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으로 병력을 이동시킴에 따라 레바논에서 제한적 지상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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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시돈에서 열린 시위에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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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이 놓은 ‘덫’ 피할 수 있나


지상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란은 결과적으로 원치 않는 딜레마에 놓여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란으로선 개입할 경우 미국까지 전쟁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고 잃을 게 많지만, 이스라엘이 확전을 목표로 놓은 ‘덫’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온건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방과 관계 회복을 공약했던 것 등 이란의 국내 정치 상황도 골치 아픈 고려 사항 중 하나로 풀이된다.

중동 전문가인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 연구원 아미드레자 아지지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지금 이란엔 좋은 선택지가 없다”며 “이란이 대응하기로 결정하든 말든 이스라엘은 최근 보여준 것처럼 ‘저항의 축’을 약화하기 위해 더 나아갈 것이다. 어떤 경우든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적인 대결이 가능해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미 국무부에서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담당 차관보를 지낸 앤드루 밀러는 WP에 “이란의 주요 전략적 자산이 존재적 위협에 직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나 이란은 여전히 지역 갈등을 경계하고 있다”며 “이란은 대응할 것이지만 그 시점과 방법, 규모는 예측하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이 레바논 등 역내에서 저지른 테러 공격과 계속되는 잔학 행위를 해결해 달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서한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침략을 막고 지역이 전면전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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