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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전쟁의 시대, 죽어가는 사람들…덴마크 영화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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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넷플릭스 제공




한겨레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선 폭탄이 떨어진다. 집무실에서 폭격을 지시한 사람의 일상은 언제나 평온하다. 오늘도 맛있는 아침 식사와 포근한 잠자리가 있다. 하지만 폭탄이 향한 곳은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 다시 시작된 전쟁의 시대. 이유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고통스럽지만, 우리에게도 생각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2차 대전 당시 코펜하겐에서 벌어진 실제 폭격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2022년 덴마크 영화 ‘폭격’이다. 우리나라에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영화는 ‘폭탄이 떨어질 때 울리는 비명과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1945년 독일이 점령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저항군은 영국군에게 나치 비밀경찰 본부 폭격을 요청한다. 이를 예상한 나치는 레지스탕스를 잡아 가두는 감옥을 만들고 그들을 인간방패로 활용한다. 영국군은 고민한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인 인간방패는 희생되어도 괜찮은가.



어린 학생 헨리는 공중사격으로 이웃들이 죽는 모습을 목격한 뒤 말을 못하게 된다. 어머니는 헨리를 도시의 친척 집에 보낸다. 아이들 모두 깊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이 눈물겹다.



가톨릭 학교 수녀 테레사는 지금의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주님이 계신다면 왜 이런 지옥 같은 곳에 우리를 내버려두었는지 의문이다.



1945년 3월21일. 폭격을 결정한 영국 공군 전투기들이 이륙한다. 드디어 시작된 폭격. 첫번째 폭탄은 성공적으로 투하된다. 그러나 고장 난 비행기 한대가 근처의 학교와 충돌한다. 이 충돌로 거대한 연기가 치솟자 뒤따르던 비행기들은 학교를 나치 본부로 착각하고 모든 폭탄을 학교에 퍼붓는다. 과연 아이들과 수녀들은 어떻게 될까.



실제 이 폭격으로 120여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그중 86명은 어린이였다. 승리를 위해 소수의 희생쯤은 각오하자던 폭격에 결국 아이들만 죽었다. 알다시피 이런 폭격은 세월이 지난 오늘도 팔레스타인, 레바논, 우크라이나에서 계속되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처참하게 살해되는 걸 목격한 아이는 커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그 아이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참혹한 전쟁을 방구석 게임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싶다.



아이들은 질문한다. 어떻게 하느님은 잠도 자지 않고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냐고. 테레사는 연필을 떨어뜨리고 다시 주워보라고 한다. “연필을 줍는 3초의 시간이 주님에게는 수백년의 시간일 수도 있다. 주님의 시간은 우리와 다르다.” 폭격으로 죽어가는 아이는 옆에서 함께 죽어가는 수녀에게 다시 질문한다. “혹시 지금 주님이 연필을 떨어뜨리신 걸까요? 그래서 우리를 잊은 걸까요?” 처참한 현장 어디에도 주님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도 신의 이름으로 또 다른 폭탄이 날아간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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