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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담즙 섞인 구토로 병원 찾은 소년…위에서 발견된 '충격 물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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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증, 음식 아닌 물질 섭취하는 식이장애

성인의 경우 불안감·스트레스 등으로 나타나

뱃속에서 고무장갑이 발견된 10대 청소년이 이틀 만에 테이프를 삼켜 병원을 다시 찾는 일이 독일에서 발생했다. 음식이 아닌 물질을 먹는 정신질환인 이식증 때문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빌레펠트대 베델 어린이센터 소아과 의료진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16세 A군이 이틀 동안 담즙 섞인 구토를 계속해 보호자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토사물 속에 정체가 불분명한 끈의 일부와 작은 플라스틱 등이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이식증을 의심했다. 식도위십이지장내시경술을 실시한 결과 위에 고무장갑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처음에는 집게로 장갑을 끄집어내려 시도했지만 식도까지만 이동하고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플라스틱 관을 삽입하고 근육이완제를 투여한 뒤에 집게로 장갑을 제거할 수 있었다.

위나 궤양에서 추가적인 손상은 발견되지 않은 A군은 병원에서 이상 징후를 살피다 당일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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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틀 후 A군은 또다시 고무장갑을 삼켜 응급실을 찾아 수술로 이를 제거했다. 그 뒤에도 A군은 천으로 만든 꽃, 모직 끈, 20㎝ 길이의 테이프 등을 삼키면서 병원 신세를 졌다.

이식증은 음식이 아닌 것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는 섭식장애의 일종이다. 유아에게서는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만 1세에서 2세 사이에 발생했다가 자라면서 증상이 완화된다. 섭취하는 물건은 연령에 따라 다양하다. 어린 아동은 페인트, 회반죽, 머리카락, 끈, 헝겊 등을 먹는 경우가 많고 연령이 높은 아이들은 동물의 배설물, 모래, 곤충, 잎, 자갈 등을 먹기도 한다.

이식증은 임신부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지적 장애 등이 있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철이나 아연 등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극도의 불안감과 과도한 스트레스, 만성 우울증, 약물 중독 등에 의해 발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이나 무지, 아동학대나 부모의 정신 병리적 문제, 발달 지체나 가족의 갈등 등은 이식증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자녀가 이식증 증상을 보일 경우 서둘려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식증 치료는 약한 전기자극이나 불쾌한 소리, 냄새 등을 이용한 혐오치료, 정적·부적 강화 기법, 행동 조성법, 과잉교정 방법 등을 적용한다.

이식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치료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종이, 스티로폼, 머리카락 등의 물질들을 먹으면 그것들이 몸속에 축적돼 영양 결핍, 장폐색, 치아 손상, 장의 감염, 철 결핍, 납 중독 등을 일으키므로 더 많은 손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A군을 치료한 베델 어린이센터 의료진은 “이식증은 환자가 섭취한 물질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고 합병증도 다양하다”며 “고무장갑을 삼키면 뱃속에서 굳어 딱딱해지기 쉬워 제거도 어렵고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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