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작가인 차인표씨, 여명학교 20주년 기념식 참석
27일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여명학교 개교 20주년 기념식에서 배우 차인표씨가 학생들로부터 감사패와 꽃다발을 받고 있다. /장련성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차씨와 여명학교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명학교는 2005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마다 학교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한 ‘여명학교 후원의 밤(여명의 날)’ 행사를 열고 있는데, 차씨가 2008년 이 행사에 처음 참석했다. 그해 개봉한 영화 ‘크로싱’에서 차씨는 북한 함경도 탄광 마을의 세 가족 가장 역할을 맡아 병든 아내를 살리기 위해 생사를 넘나드는 우여곡절 끝에 중국행을 택한 탈북민 ‘용수’를 연기했다. 함경도 출신 탈북민 연기를 위해 직접 함경도 출신 탈북민으로부터 함경도 말씨를 배웠다.
영화를 계기로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차씨는 여명학교 조명숙 교장이 쓴 책 ‘꿈꾸는 땅끝’을 읽은 뒤 학교를 찾았다고 한다. 이후 매년 행사에 참석하며 지인들을 독려해 탈북민과 여명학교 학생들을 돕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이날 여명학교 학생들을 가리켜 “아이들 하나하나가 귀한 존재”라며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미래 통일 한국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씨는 2012년 중국 공안에 탈북민 30여 명이 붙잡혀 강제 북송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동료 연예인 10여 명과 함께 주한 중국 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중국을 향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당시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들 중에는 여명학교 학생들의 가족들이 포함돼 있었다. 가족들이 북송될까 걱정하고 슬퍼하는 아이들 얼굴을 직접 보고 난 이후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내 신애라씨 등과 함께 ‘중국 내 탈북자를 걱정하는 한국 연예인 일동’ 명의로 탈북자를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하지 말라는 내용의 선언문도 발표했다. 당시 차씨는 선언문에서 “탈북자들, 그들은 울 힘조차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입니다. 울어도 아무도 듣는 이 없기에 암흑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라면서 “여러분, 탈북자들을 위해서 대신 울어주세요. 우리가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모여 그들을 죽음에서 삶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조명숙 교장은 “그때가 가장 어려운 때였는데 차인표씨가 우리 학교 학생들과 함께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시위 맨 앞줄에 나서줘서 여론이 크게 움직였다”며 “지금도 그때의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차씨는 소설 세 권을 낸 정식 작가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지난 7월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 필수 도서에 선정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책과 ‘오늘예보’(2011년), ‘인어 사냥’(2022년) 등 장편소설 3편을 펴냈다.
차씨는 이날 본지와 만나 “내일 당장 통일이 된다거나 지금 북한에 직접 가서 북한 동포들을 도울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려움을 뚫고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탈북민들과 탈북 학생들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차씨는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탈북민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난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탈북민들에게 희망”이라며 “탈북민은 북한을 벗어나 자유로운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다. 북한 동포들에게는 탈북민이 희망”이라고 했다.
[김민서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