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울 신당역에서 혼자 일하던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 범죄자에게 희생당하는 일이 있었죠, 이후 역무원들 안전을 위해 2인 1조로 일할 수 있게 하기로 했지만, 현장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여전히 혼자 일하고 있는 역무원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하루 평균 3만 6000명이 오가는 곳입니다.
출근길 붐비는 승강장에서 안전 관리를 하는 1년 차 역무원 찬영 씨.
[김찬영(가명)/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에스컬레이터) 한 줄로 타주세요.]
승객들이 다 내린 뒤에는 앞쪽으로 뛰어가 수신호를 보냅니다.
[김찬영(가명)/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에스컬레이터에서 막 뛰어서 오시고 들어가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그런 사람 없다' 그런 개념으로 (수신호를 보냅니다.)]
지하철이 안 올 때 잠깐 인터뷰를 하는데, 대답하는 중에도 민원 전화가 이어집니다.
[김찬영(가명)/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네. 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OOO입니다.]
곧바로 뛰어 올라가는 찬영 씨.
개찰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승객 민원을 처리하고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갑니다.
[김찬영(가명)/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이런 식으로 왔다 갔다 합니다.]
또 다른 승객의 민원.
[김찬영(가명)/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지금 온 전화 같은 경우는 그냥 여기만 있지 말고 저쪽에도 있는 게 좋겠다고 하셔가지고…]
양쪽 승강장 모두 서서 안내를 해달라는 건데, 혼자 근무 중인 찬영 씨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걸려 온 민원 전화만 열통.
출근길 안내는 일단 끝났습니다.
커피 한 모금 간신히 마시고 교통카드 충전기로 곧장 향합니다.
전날 표 판매기에 들어온 돈을 걷어 은행에 보내고, 일회용 교통카드를 채워 넣는 업무입니다.
또 전화가 걸려옵니다.
[김찬영(가명)/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네. 나가서 도와드릴게요.]
[외국인 승객 : 카드가 없습니다. {카드가 없어요?} 저는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봉은사역으로) 왔습니다.]
역무원이 혼자서 근무하는 건 승객들에게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김찬영(가명)/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혼자 있을 때 사람이 한 명 쓰러진 적이 있어요. 그때 이제 구급대원이 오기까지는 제가 자리를 지켜야 하고 그런 상황에 코엑스 쪽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중단된 적이 있는데…]
오늘처럼 혼자서 근무하는 날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이곳에 비상벨이 울리고 이 벨을 10초 안에 끈 뒤 나가서 실제 화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화재가 맞을 경우, 관제실에 연락한 뒤 이 역에 있는 모든 승객들을 혼자서 대피시켜야 합니다.
정해진 식사 시간도 없습니다.
[김찬영(가명)/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점심시간 식사 지원 언제쯤 오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13시 50분이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혼자 근무인 날은 다른 역 직원이 잠시 와주어야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인근 9호선 역 대부분 '나 홀로 근무 중'이라 식사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김찬영(가명)/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오전 8시 출근이신데 오후 1시 50분에 밥 드시면 너무 늦게} {점심 드시는 거 아니에요?} 사람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2인 1조 근무 원칙이 깨지는 이유는 결국 '인력 부족'입니다.
동료가 초과 근무로 생긴 휴가를 쓰거나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면 채워줄 사람이 없는 겁니다.
'매주 하루 이틀은 무조건 나홀로 근무를 한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설명입니다.
9호선 선정릉역 상황도 살펴봤습니다.
역시 혼자서 근무하고 있던 유가희 씨.
현장 순찰 중 '선로에 들어갈 땐 2명이 들어가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유가희/선정릉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만약에 승객이 선로에 휴대전화나 그런 귀중품을 빠뜨리셨을 때 들어가서 직접 주워 오는데 이제 1인으로 할 때가 대부분이라서… {이 안전을 확인한다는 문구를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이 드세요?} 사실상 붙여만 놓은 그런 문구라서 문자 이상의 의미는 사실 없다고 생각합니다.]
근무 여건은 이렇게 열악한데, 사고가 나면 뒷감당은 역무원 몫입니다.
[고현지/봉은사역 고객 안전원 (역무원) : 혼자 순회를 하다가 취객이 저를 폭행해서 발가락이 골절되는 사고가 있었어요. 그때 오래 쉬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쉬면 옆 근무자들이 1인 근무를 많이 해야 하다 보니까 (오래 못 쉬었죠.)]
취재 후, 9호선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 9호선 운영부문에 현장 상황을 알렸습니다.
회사 측은 "인력 부족은 알았지만, 정확한 상황은 잘 몰랐다"면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역에 역무원이 최소 두 명 근무해야 하는 이유, 보신 것처럼 명확합니다.
한 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죠.
승객과 직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 나 홀로 근무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겁니다.
[작가 유승민 VJ 박태용 영상편집 정다정 취재지원 황지원]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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