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 문제 관련 '온건파' 평가 이시바 시게루 당선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27일 도쿄에서 투표 결과 제28대 총재로 선출된 후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다음 달 1일 임시국회 지명 투표에서 일본의 102대 총리로 선출된 뒤, 새 내각을 발족할 예정이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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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 후임 일본 총리 지위를 확정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중국과 북한 위협을 강조하며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을 주장한 인물이다. 한일관계와 일미관계를 유기적으로 조합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당선자는 지난 12일 연설에서 "일본을 지키겠다"며 북한 미사일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해 27회, 2022년에는 59회나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미국 동부까지 미사일을 보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중국을 러시아에, 대만을 우크라이나에 빗대며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아시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이시바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을 받은 것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면서 동아시아에 나토처럼 억지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군사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BS11 방송에서는 "유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또 이와 관련 그는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미동맹과 한미동맹 등을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으며, 대만의 가입은 전제하지 않는다고 해 중국을 의식하는 발언도 남겼다.
이시바 당선자는 닛케이에서 일본 내 주요 이슈인 '일본인 납북자' 문제 관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경우 미국, 한국, 중국과 조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국과의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당선자는 한일 간 역사문제에 있어서는 '비둘기파'로 꼽힌다. 과거 공개 발언을 통해 태평양 전쟁을 일본의 '침략 전쟁'이라고 지적하며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이 납득할 때까지 일본이 사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당 총재 선거 1차투표에서 1위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총리에 오르더라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겠다'고 한 데 비하면 이시바는 양국 관계에 있어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시바 시게루 프로필/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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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는 이번 자민당 선거에서 '제로 원전' 정책으로도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 2021년 도요게이자이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 바 있다. 다만 일본 언론은 그가 후보 등록을 한 이후 입장을 다소 완화했다면서 "안정된 에너지 공급이 국가의 생명선"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시바는 지난 24일 "태양광, 풍력, 지열 (발전)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 원전의 비중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의 정책에 대한 기사에서 '지방창생'을 그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도쿄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을 살리려고 한다. 관광도 지방경제 활성화의 한 기둥으로 삼는다.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지방 경제·생활 환경 창생 본부'를 새워 인구 감소 대책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의 실현' 등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가 문제에 대해서는 "임금 인상이 가장 즉시 효과가 크다"면서 기시다와 결이 같은 입장이고, 외국 인재 수용 문제에 대해선 "국내 고용·노동 시장 영향을 감안해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1차투표 3위로 탈락)이 강하게 밀며 선거 후반 지지율 감소의 이유가 됐던 '부부 별성제'(결혼해도 부부가 기존 성씨를 유지하는 것) 문제에 대해서는 이시바 당선자도 찬성한다. 그는 산케이신문에 "부부 성씨가 다르면 가족이 붕괴한다는 등 이상한 논리가 있는데, 도입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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