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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은행 대출금리 인상 재개, 모집인 대출 중단도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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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4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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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세 관리에 나선 은행권에서 금리를 추가로 상향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도 제한하는 등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5~0.2%포인트 인상한다. 아파트 외 연립주택·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담보대출 금리도 0.1~0.2%포인트 올린다. 전세대출 금리도 0.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다음 달 4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더 큰 폭으로 오른다. 보증기관에 따라 인상 폭이 달라지는데,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대출의 경우 0.1~0.45%포인트 오른다.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상품은 각각 0.3%포인트‧0.1~0.4%포인트 인상된다.

앞서 IBK기업은행도 다음 달 2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3~0.55%포인트 인상하고, 전세대출 금리도 0.3%포인트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0.1~0.3%포인트 축소했다.

대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27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집단잔금대출의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대출모집인은 은행과 위탁계약을 맺고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법인‧상담사를 뜻한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가 중단되면서 금융소비자는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부터 모집인 대출을 제한한다. 신한은행은 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대출받는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상품을 신규로 내줄 때는 지점이 아닌 본부 승인을 받는 안도 내놨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빅 컷(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 이후 시장금리가 하락해 대출금리가 덩달아 떨어지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대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연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이어질 경우 전반적인 주택 매수 심리와 대출 수요가 커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어서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관리 조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하지만 은행권 내부에서는 난처한 기색도 감지된다. 연일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면서 대출을 옥죄고는 있지만, 시장금리를 역행하는 인위적인 조치 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8월 기준 3.36%로 2년여만의 최저치를 기록한데다, 석 달 연속 하락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문턱이 아무리 높아져도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잡히지 않으면 주담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보다는 금융권의 조치가 우선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대출 관리에 나서면 일시적으로 (가계대출 증가 폭) 숫자 자체는 꺾일 수 있지만 지속적‧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은행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관리를 하면서도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까지 받게 돼 난처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내년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져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수요를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초 은행별 가계대출 한도가 리셋(reset)되면 눌려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을 내줄 수 있도록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적용 범위를 강화하거나 상한을 낮추는 등의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달 들어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 효과를 지켜본 뒤, 연말까지 집값‧가계부채 급등세가 잡히지 않으면 추가 규제를 검토할 방침이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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