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동맹국과 공동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21일간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CNN은 이번 성명이 중동 지역의 확전을 막고, 교착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26일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위를 날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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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공개한 성명에는 “2023년 10월 8일 이후 레바논과 이스라엘간 상황은 참을 수 없는 상태”라면서 “더 광범위한 지역으로 긴장을 확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1일간의 즉각적인 휴전은 외교적 해결책 마련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프랑스를 포함해 호주·캐나다·독일·이탈리아·일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유럽연합(EU) 등이 성명을 지지했다.
이날 미국 뉴욕에서 진행 중인 유엔총회에서도 각국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레바논에 지옥문이 열리고 있다”고 경고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레바논에서의 전쟁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면서 자국 외무장관을 이번주 내 레바논으로 급파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투를 중단하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민간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하는 국경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ABC 방송에도 출연해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중동 지역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합의를 이룰 수도 있다”며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아랍 국가들은 합의를 매우 원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일부 정책만 바꾼다면 그들은 이스라엘과 협정을 맺을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이날 유엔 총회를 계로 진행된 걸프협력회의(GCC·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중동 지역 내 확전 위험이 심각하며 최선의 해법은 외교”라고 강조했다.
이집트 외무장관 바드르 압델라티(오른쪽)와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이 18일 이집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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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국, 휴전안에 서명할 실익 없다"
미국이 이처럼 외교 총력전에 나선 이유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공방이 계속 격화될 경우 중동 내 확전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깊은 우려 때문이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한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휴전은커녕 레바논으로 전선을 확장해 헤즈볼라와 또다른 전쟁을 벌인다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동맹국이 내놓은 ‘21일간의 휴전안’에 대해 “교전국이 여기에 서명할 동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 미국 외교관이자 아메리카대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인 윌리엄 로렌스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미국 정부와 전혀 협의하지 않고 움직인다는 사실은 확인됐고,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벌인 일을 소급해 승인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휴전을 성사시키려면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미국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간 미국이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안보 지원을 지원함에 따라,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려는 국제 사회의 시도가 번번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WSJ은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체결하고 중동에 평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도록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비난에 직면해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방공 시스템이 24일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상공의 사페드 시 상공에서 남부 레바논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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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적의 영토에 들어갈 것"
현재 이스라엘은 국제 사회의 압박에도 사실상 전면전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레바논 접경지인 이스라엘 북부에 배치된 7기갑여단을 방문한 뒤 ”우리는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의 군화가 적의 영토로 들어가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을 위한 전초기지로 마련한 마을에 진입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갈등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군 수뇌부가 레바논 지상 침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예비군 2개 여단을 동원해 레바논 접경지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통상 예비군 소집은 지상 작전 준비 과정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완화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네타냐후는 이날 자국에서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의 공격을 피해 이스라엘 북부를 떠난 피란민들이 귀환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헤즈볼라 전투원들이 25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남부 공습으로 하루 전에 사망한 이브라힘 모하메드 코베이시와 후세인 에제딘의 장례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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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3일간 이스라엘의 융단폭격으로 레바논 어린이 50명을 포함해 최소 6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지난 25일에만 최소 72명이 사망했다. 국제이주기구는 레바논인 최소 9만 명이 새로운 피란민이 됐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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