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의 메모리 팹./마이크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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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2024 회계연도 4분기(6~8월)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PC·모바일 D램 재고가 늘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제품의 강력한 수요가 양호한 실적을 이끌었다. 마이크론은 AI 메모리 사업에서 자신감을 보이며 다음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HBM 5세대(HBM3E) 제품이 높은 전력 효율성으로 경쟁사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를 강점으로 한 차세대 HBM3E 12단을 2025년 초부터 대량 출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HBM3E 12단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본격적으로 주도권 경쟁을 벌일 제품군이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최근부터 HBM3E 12단 샘플을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AI 가속기에 대량 탑재되는 HBM은 일반 D램에 비해 가격이 5배가량 높아 메모리 제조사 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이날 마이크론의 낙관적인 실적 전망에 회사 주가는 뉴욕 증시 시장 외 거래에서 14.8% 급등했다.
◇ 마이크론, 다음 분기 전망치 시장 예상 상회
25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3% 증가한 77억5000만달러(약 10조3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8억8700만달러(약 1조1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특정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1.1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매출 76억6000만달러, 주당 순이익 1.12달러)를 상회하는 성적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이 늘면서 4분기 총마진은 36.5%로 전 분기 대비 8%포인트(P) 증가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수요가 강력하게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용 D램 제품과 HBM 사업이 크게 성장했다”며 “데이터센터용 SSD 판매가 낸드 사업을 견인해, 4분기 낸드 매출은 처음으로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를 넘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2025 회계연도 1분기(9~11월)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도 시장의 예상을 넘어섰다. 이날 마이크론은 오는 1분기 매출 87억달러(약 11조5700억원), 주당 순이익 1.7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는 마이크론의 1분기 실적으로 매출 83억2000만달러(약 11조원)와 주당 순이익 1.52달러를 예상했다. 메흐로트라 CEO는 “마이크론 역사상 최고의 경쟁적 입지를 확보하고 2025 회계연도에 돌입한다”며 “다음 분기에 기록적인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하며, 연간 상당한 매출 기록과 더불어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HBM 공급 과잉 아닌 부족... 첨단 제품 공급 매우 제한적”
마이크론은 HBM 사업에서 내년까지 시장점유율 20%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순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이번 4분기에 예상했던 생산량을 채웠고, HBM3E 수율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다”며 “지금은 생산능력에 제한이 있지만, HBM3E 8단 제품은 시장에서 경쟁사 제품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등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HBM3에 이어 시장 주류인 HBM3E 8단을 올 2월 양산하기 시작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차세대 HBM3E 12단 이상 제품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흐로트라 CEO는 “2025년 초부터 대량 출하될 HBM3E 12단은 8단보다 용량이 3배 증가함에도 경쟁사의 8단 제품보다 전력 소모가 20% 낮다”며 “성능과 전력 효율성 면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이로 인해 2025년 생산량이 모두 매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HBM4로의 전환과 향후 몇 년간의 로드맵이 우리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내년 HBM 공급 과잉 우려에 관해선 “최첨단 제품 공급은 매우 타이트하다”며 일축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내년 HBM 공급 과잉으로 2026년까지 반도체 시장이 불황기를 겪을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그러나 이날 마이크론은 HBM 시장이 올해 약 40억달러 규모에서 내년 25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증가세가 이어져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트 기준 올해 1.5%에서 내년 약 6%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요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2파전에 삼성전자가 본격 참전할 경우 과잉 공급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메흐로트라 CEO는 “결국 세번째 공급업체(삼성전자)도 HBM3E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시장 점유율을 일정 부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염두에 둬야 할 건, 2022~2023년 산업 전반적으로 자본 지출이 감소하고 최신 기술 노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웨이퍼 생산 용량이 상당히 줄어 현재 HBM뿐 아니라 첨단 제품 대부분 공급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첨단 공급이 타이트한 환경에서 2025년에도 건강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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