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텔아비브에 탄도미사일 발사…이스라엘, 요격
중동지역 확전 양상에…미국·프랑스, 임시 휴전 중재 나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텔아비브 본부에 미사일을 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며 지상전 돌입을 전격 시사했다. 양측의 충돌이 거세지며 전면전 양상으로 흘러가자 미국과 프랑스가 중재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25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성명에서 “레바논 국민을 지키고자 오전 6시 30분 텔아비브 외곽 모사드 본부를 겨냥해 카데르-1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텔아비브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후 처음이다.
헤즈볼라는 모사드 본부에 대해 “여기는 헤즈볼라 지도자 암살과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발을 담당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이 지난 17일 헤즈볼라 대원들의 통신 수단인 삐삐와 무전기 5000여대가 한꺼번에 폭발해 37명 이상 숨진 사건에 대한 보복임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건너온 지대지 미사일 1기가 탐지돼 방공시스템으로 격추했다”며 발사 원점을 파악해 대응 공습을 했다고 밝혔다. 인명피해는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 대한 지상작전 돌입을 공식화했다.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오리 고딘 북부사령관과 함께 사령부 산하 7기갑여단을 방문해 레바논 공습에 대해 “이는 여러분이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헤즈볼라를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기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여러분의 군화가 적의 영토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을 위한 대규모 전초기지를 갖춰놓은 마을에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고딘 사령관도 “우리는 전쟁의 새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거점을 노려 대규모 공습을 가하는 ‘북쪽의 화살’ 작전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레바논 남부와 베카밸리 지역을 광범위하게 폭격해 헤즈볼라 대원들과 무기 저장고, 로켓 발사대 등 총 280여개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특히 헤즈볼라 정보조직 시설 60곳을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하루 51명이 사망하고 22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북쪽의 화살 작전을 개시한 23일부터 사흘간 모두 615명이 숨지고 2000명 넘게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양측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자 프랑스와 미국은 임시 휴전을 중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최근 며칠간 우리는 미국과 21일간의 임시 휴전을 위해 협력했다”고 말했다.
바로 장관은 휴전 추진 계획이 곧 공개된다며 “우리는 민간인을 보호하고 외교 협상이 시작될 수 있도록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이 바로 이를 받아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에서의 교전을 중지하고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CNN 등이 이날 보도했다.
새 외교적 노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 간 지난 23일 통화를 계기로 시작됐으며 미국과 프랑스에 더해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비롯한 다른 아랍 국가도 참여하고 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중동 지역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있다”며 “나와 내 팀은 이 일을 끝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랍 국가들은 이 합의를 매우 원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일부 정책만 바꾼다면 그들은 이스라엘과 협정을 맺을 의사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 총리 “공세 지속”…이란, 전면전 발생 시 헤즈볼라 전폭 지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저녁 영상 연설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스라엘 북부에서 피란 간) 주민들을 집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며 “이들이 귀환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를 향한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언급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란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헤즈볼라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로이터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갈등이 격화하면 모든 수단으로 헤즈볼라를 지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아라그치 장관은 “이 지역(중동)은 재앙 직전에 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레바논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조재형 기자 grin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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