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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군대판 박종철 사건’ 김용권 의문사 37년만에 진실규명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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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가 입주한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진화위 규탄! 김광동 사퇴 촉구! 17차 의문사 진상규명’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의 손에는 ‘김용권 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손팻말이 들려 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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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군대판 박종철 사건’으로 불려온 ‘김용권 군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피해 인정)을 결정했다.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의문사 사건 조사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아 유족과 관련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는데, 김용권 사건 진실규명 결정으로 물꼬가 트였다.



진실화해위는 24일 제87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김용권 의문사 사건’ 진실규명을 의결했다. 진실화해위는 “(보안사는) 김용권에게 프락치 활동을 강요하고 구타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학생운동에 적극적이었던 김용권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신체적 고통을 받았으며 이는 김용권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아 죽음을 선택하게 만들었다”며 “국가(국방부)가 병역의 의무를 악용해 중대한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된다. 진실규명 대상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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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권.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대 경영학과 83학번 김용권은 대학 재학 중 카투사에 자원 입대했다가 보안사(현 국군방첩사령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은 뒤인 1987년 2월20일 내무반 침대 난간에 목을 매 숨졌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서울대 동아리 ‘세계 문화연구회’ 출신의 특급수배자 ‘81학번 박종운, 82학번 정경현, 83학번 김태완’ 등을 검거하기 위해 입대 중이던 세계문화연구회 출신들을 치안본부와 보안대로 불러 조사했는데, 김용권 역시 이들의 행방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했다. 김용권의 죽음은 서울대 언어학과 84학번 박종철이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박종운의 소재를 추궁당하다 물고문 끝에 숨진 사건과 비슷한 지점이 많아 ‘군대판 박종철 사건’으로 불려왔다. 박종철이 죽임(1월14일)을 당한 지 불과 한 달 뒤 김용권도 목숨을 끊을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2021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보안사, 현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카투사 김용권 자살 경위 분석’ 보고서와 관련자 진술서 등을 분석해 “보안사가 김용권에게 학생운동권 동료 학생들의 명단이 기재된 경위서 14매를 작성하게 했고, 김용권은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으며 이를 거부하자 발가벗겨진 채 구타를 당하는 등 가혹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어 “이 사건은 단순히 보안부대 소속 추 아무개 등 군인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보안사의 학생운동권 주요수배자 검거 지침과 그에 따른 예하 보안부대의 ‘선도 업무’ 공작 실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이라고도 덧붙였다.



한겨레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 20여명이 지난 3월19일 오전 경기 과천시 추사로 54 국군방첩사령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의문사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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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선 보안사가 김용권 사망 사건을 자살로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보안사는 가혹행위 등 불법조사를 은폐·축소하기 위해 김용권의 사망 원인을 정신질환으로 인한 비관 자살로 몰아갔고, 수사에 개입해 진실을 축소·은폐했다. 이후 보안사는 왜곡된 정보로 진상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와 미 국무성에 보고했다.



이형숙 추모연대 진상규명특위 부위원장은 “국군방첩사령부에서 추가 자료가 나와 진실규명 결정이 돼 참으로 다행이다. 연로하신 어머니의 수 십년간 진상규명 노력 결과라고 생각된다”며 “다만 보안사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깊이 개입했는지의 진실규명은 아직도 숙제로 남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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