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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나는 많이 먹는 편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쉬는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도시락을 ‘순삭’하고 매점으로 달려가 후식으로 크림빵 하나 더 먹을 수 있는, 나는 그런 타입이었다. 성장기부터 지금까지 내 몸을 관리하는 궁극의 방향은 ‘부피를 줄이는 것’이었다. 체중 증가의 원인을 짚어 보면 보통 ‘부종’으로 시작할 때가 많았다. 혈관 안의 체액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와 세포와 세포 사이로 수분이 이동하며 세포가 팽창하는 ‘부종’이다.
식습관만 놓고 봤을 때 부종이 생기는 이유는 짠 음식을 과식했거나, 염증을 유발하는 식품을 많이 먹었을 때다. 그 결과는? 체액 균형(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이 깨지고 체내 염증반응이 부종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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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보내는 신호 ‘부종’ 무시하면 체지방과 염증 늘어나
부종이라는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원래 식습관을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 염증이 증가하고, 부종의 부피를 체지방이 채우는, 빠져나오기 힘든 순환고리에 갇히고 만다. 바로 내가 그랬다. 처음에는 붓기만 했던 몸은 어느새 체지방으로 채워지고 말았다. 게다가 나는 뭐든 잘 먹는 타입이었고, 그렇게 체지방은 40%까지 늘어났다. 체지방 수치가 가장 높았던 때의 컨디션을 돌이켜보면, 부종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어색하거나, 키보드를 칠 때 손목이 불편하고, 걸을 때 무릎 통증이 살짝 있었다. 잇몸염증이나 방광염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신호들을 무시하면 통증은 사라지지만 고스란히 체지방 증가라는 흔적으로 돌아왔다.
부피를 줄이려고 노력했던 시절에 가장 효과를 본 식재료는 ‘토마토’다. 토마토에 들어 있는 주요 영양소로는 라이코펜, 베타카로틴, 그리고 칼륨과 엽산(비타민 B9), 마지막으로 수분이 있다. 특히 생토마토 100g당 열량은 19㎉이고 수분은 93g이 함유돼 있다. 수분이 무슨 영양소냐 싶겠지만, 요즘처럼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는 시기에 토마토는 몸에 충분한 수분을 제공하고 체내 불균형한 체액 균형과 열량 균형을 맞춰준다. 토마토에 든 풍부한 칼륨 역시 세포 내 체액 균형을 맞춰준다. 체액에 나트륨 함량이 높아 불균형이 생길 때 토마토를 섭취하면, 칼륨과 나트륨의 균형을 이뤄 체내 수분을 배출하고, 부종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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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속 라이코펜은 강력한 항산화력·항염증 성분
라이코펜도 중요한 영양소다. 토마토에 포함된 여러 항산화 물질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라이코펜은 체내 산화물질을 감소시켜 염증을 줄여준다. 라이코펜의 강력한 항산화력은 심혈관질환 개선, 혈관 염증 개선은 물론이고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흡수되어 비타민A로 전환이 되는 영양소인데, 면역 체계의 기능을 개선하고 피부나 혈관 점막의 탄력성을 유지하며 해독에 도움을 준다. 또한, 엽산(비타민 B9)은 세포 성장과 분열에 필수적이다. 적혈구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관여한다.
사실,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는 토마토 말고도 다양하다. 그런데도 토마토를 선택한 이유는 명백하다. 라이코펜의 강력한 항산화력과 항염증 성분, 그리고 단일식품임에도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어서다. 또 토마토의 도톰한 과육은 꽤 포만감이 있다. 과식을 조절하면서 부종과 염증을 줄여야 하는 나에게 토마토는 더할 나위 없는 식재료인 셈이다.
체중 감량 식단을 할 때 초반 2~3일은 언제나 다양한 토마토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다. 특히 바쁜 일상으로 외식이 잦아져 부종이 생겼다 싶을 때는 꼭 ‘토마토 수프’를 만들었다. 토마토를 데쳐 껍질을 벗기고, 품질 좋은 버터에 소고기를 볶다가 마늘·양파·셀러리·당근·양배추·강황가루를 넣고 푹 끓여낸다. 토마토의 항산화력이 피곤함을 몰아내고, 칼륨이 세포 내 체액 균형을 맞춰 부종을 줄이는 걸 실감할 수 있다.
토마토는 오븐에 통째로 구워도 맛있다. 꼭지를 잘라 올리브유를 두르고 구운 다음, 오레가노와 파슬리를 뿌려서 먹는다. 토마토 속을 파낸 후에 양파·당근·닭가슴살을 다져 볶은 후 토마토 속에 채워 굽기도 한다. 토마토에 든 라이코펜은 지용성이라 기름에 가열해 먹을 때 영양소가 흡수되는 효율이 높다. 생토마토보다 토마토를 소스로 만들었을 때 라이코펜 함량이 2~3배 높아지는 이유다. 무엇보다 토마토는 감칠맛이 좋다. 잘 익은 토마토에는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데치고 굽거나 끓여서 소스로 활용하면 감칠맛이 더 좋아진다. 주재료는 물론이고 부재료로도 유용해서, 지루할 틈 없이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바로 토마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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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잘되지 않을 땐 껍질·씨앗은 제거하고 먹는 게 좋아
어릴 때는 토마토를 사과처럼 들고 한 입씩 베어 먹었다. 지금도 제철인 여름엔 생으로 토마토를 먹는다. 단,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땐 껍질과 씨앗은 제거하고 먹는 편이다. 씨를 뺀 토마토의 과육을 양파와 함께 다진 후 올리브유·레몬즙·소금을 넣어 샐러드로 먹거나, 다진 견과를 뿌려서 먹으면 좋다. 오레가노와 같은 향신료를 더하면 소화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맛도 풍부해진다. 실제로 채소와 과일의 식이섬유는 장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소화력은 또 다른 이야기다. 채소나 과일의 껍질에 소화가 잘되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기 때문이다. 씨 역시 껍질로 쌓여 있고, 자연적으로 아주 약간의 독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소화력이 좋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채소의 껍질과 씨를 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컨디션에 맞는 식재료를 잘 선택해, 음식의 성질을 잘 다루어 섭취하는 것이다.
정성희 영양사·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 소장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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