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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출동하다 볼일 다 본다”…무차별 살해 협박글, 이렇게 자주 올라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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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범행예고 글
최근 1년 동안 176건 올라와
성남시 ‘야탑역 테러’ 협박에
경찰특공대 등 120여명 투입
시민 불안·공권력 소모 극심
IP 추적 막아 검거도 어려워


매일경제

흉기 난동 예고 글이 올라온 야탑역에서 지난 23일 경찰특공대가 순찰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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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명의 사망자와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서울 신림역,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유사한 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매월 16건 꼴로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할뿐 아니라 공권력을 소모시켜 치안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게시글이 올라온 이튿날인 지난 19일부터 수십 명의 경비 인원이 매일 현장에 투입됐다. 범행을 예고한 23일 분당 야탑역 일대는 온종일 비상이었다. 경찰과 자율방범대·해병대전우회 등 120여명과 장갑차까지 투입돼 집중 순찰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오면 현장에 형사기동대 최소 80명이 투입되고 순찰차들은 범행 예고 지역에서 거점 근무를 한다”며 “한 지역에 많은 자원이 투입되면 다른 사건 현장에 출동이 늦어지는 등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20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일 오전 대치동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같은 날 늦은 오후 “드립(장난) 수위조절을 못했다. 죄송하다”는 해명이 올라왔지만 범행이 예고된 지역의 주민들은 작성자가 검거되기 전까지 검거 여부를 묻고 외출을 자제해야 했다.

지난 7월에는 장애인 시설에 사제 총기로 테러하겠다는 글을 올린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작성자에 대해 서울 강북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같은 달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를 향해 “칼 들고 복수하러 간다”며 테러 예고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올해 살인·테러 예고 글의 단속 건수와 검거 숫자에 대한 경찰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다만 살인 예고 등 테러 관련 정보를 집계하는 민간이 구축한 플랫폼 테러리스에 따르면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7월 21일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무려 176건의 흉기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온 것으로 집계됐다. 11개월 동안 매달 16건 꼴로 올라온 셈이다.

테러 행위를 예고한 글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도 올린 이가 누구인지 특정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야탑역 월요일 날 30명은 찌르고 죽는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 작성자는 아직 신원 파악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를 파악하기 위해 통상 작성자의 인터넷 프로토콜(IP) 특정을 한 뒤 해당 통신사에 내부 공문을 보내 인적 사항을 파악한다. 하지만 작성자가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할 경우 국제 사법 공조 절차까지 밟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검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적사항을 관리하지 않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을 경우에도 검거가 쉽지 않다.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에 대한 수사 가운데 신원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종결되는 사건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글 작성자가 잡히지 않겠다고 작심하고 각종 수법으로 정체를 숨길 경우 신원 파악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난 삼아 무분별하게 살인이나 흉기난동 예고 글을 올리지만 작성자에 대한 처벌은 경미하다. 이윤호 동국대 명예교수(경찰 행정학)는 “살인 예고 글로 인한 공권력 낭비가 극심하다”며 “범행 예고 글을 쓰면 확실하고 엄격하게 처벌된다고 인지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게는 이런 글이 확산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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