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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3.5조 혈투' 고려아연…최윤범 반격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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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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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와 영풍이 26일부터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더욱 높인 것은 이미 고려아연 주가가 기존 공개매수 가격(66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성공 확률을 높이고, 자금 부담을 키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지분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 측도 우군 확보와 자금 마련에 주력해온 만큼,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번 공개매수에만 최대 2조4397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면서 누가 승리하든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25일 오후까지 고심한 결과 기존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66만원에서 75만원, 영풍정밀은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린다.

그동안 MBK는 공개매수 가격 상향이 없다는 방침을 유지했지만, 주가가 계속 고공행진을 하면서 가격 상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고려아연은 전일 대비 0.72% 오른 70만4000원, 영풍정밀은 7.06% 오른 2만2750원에 거래를 마감해 기존 공개매수 가격을 크게 뛰어넘은 상황이다.

추가로 가격을 올리면 반격에 나서야 할 상대 측의 자금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6일은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매수가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공개매수 완료일은 10월 6일로, 휴일을 제외하면 26일부터 공개매수에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이 5영업일만 남은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휴일·공휴일을 포함해 공개매수 일정을 치밀하게 계산하며 상대 측의 대응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짰다"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고심해온 최 회장 측에게도 큰 부담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가 공개매수 가격 상향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시장의 눈은 최 회장의 향후 행보로 쏠리게 됐다.

최 회장은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자사주 교환, 제3자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기존 주주인 한화·현대차·LG그룹·트라피구라 등을 확실한 우군으로 만드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최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최 회장이 회동한 것도 협업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자리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출장도 다녀왔다. 고려아연과 오랜 거래 관계가 있는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 스미토모와 아시아·태평양에 지역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 등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해외 기관들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기관들과 대항 공개매수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 계획을 시장에 알린 것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들의 협력 의사를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게 되면 필요한 자금은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최 회장이 상대 측 지분율 과반을 막는 정도로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고려아연 지분은 6.05%다. 이날 종가 기준 9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MBK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조 단위 자금 조달이 필요하게 됐다.

영풍정밀은 최 회장 측이 비교적 손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대상이다. 영풍정밀은 최 회장 측이 이미 지분 35.25%를 가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우호 지분이 있어 실질적인 지분율은 40%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대석 기자 / 나현준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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