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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민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여론 밀려 ‘금투세 폐지’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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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이소영 의원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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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당론을 정하기 위해 정책의원총회 겸 공개토론회까지 열었지만 시행·유예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유예론’을 띄운 8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봉인’이 풀린 민주당의 금투세 논쟁은 최근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폐지론’까지 돌출하는 등 갈수록 혼선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여당 시절 야당과 합의해 만든 법안을 시행해보지도 않고 유예·폐지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공당의 ‘자기부정’이란 비판도 나온다.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2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처음에는 (금투세 시행)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에 이 상황을 보니까 오히려 유예가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아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폐기) 해놓고 민주당이 집권해 주식시장을 살려놓은 다음에 (증시) 상승기에 다시 여론을 모아 전체적인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 5천만원을 초과할 경우(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은 연 250만원 초과) 초과액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거두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민주당 주도로 도입됐으나 시행이 두차례 유예됐고,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투세 ‘시행론’과 ‘유예론’ 사이에서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는 사이 ‘금투세 3년 유예론’(19일, 김민석 최고위원)에 이어 폐지론까지 나온 것이다. 금투세 폐지는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사안이다.



전날 민주당이 ‘금투세 당론’ 결정을 위해 연 정책의총 겸 토론회를 두고도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한 호남권 다선 의원은 “지도부가 3년 유예에 방점을 찍고 토론회로 명분을 쌓은 것 아니냐. 유예는 물론 폐지까지 공개적으로 말하기 수월한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개인 투자자 보호 제도 정비 등 자본시장 밸류업 방안으로 토론할 수도 있는데, 금투세만 떼어내 토론하다 보니 논쟁이 협소해지고 논의가 왜곡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때 “금투세 시행 시기를 고민해야 한다”고 던진 뒤 한발 물러선 채 당내 논쟁을 관망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다선 의원은 “주식시장이 어렵다는 현장의 우려 말고는 우리가 수세적으로 갈 이유가 없었는데, 내부에서 흔들리고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이 짠 프레임에 걸려들었다”고 했다.



공이 지도부로 넘어갔지만 당론 결정의 방법을 두고도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의 한 중진의원이 지도부에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금투세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건의한 사실이 전해지자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어렵게 만들어놓은 법안을 스스로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어디 있나. 의원들이 기명 투표를 해서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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