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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해외에서만 ‘펑펑’ 쓴다…골목상권은 “매출 반토막”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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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편 예약률 90% ‘사실상 만석’
내수 활성화 효과는 되레 떨어져

황금연휴 해외여행족 급증… “매출 반토막” 자영업자들 한숨


서울신문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텅 빈 매장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에서는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하반기 국내관광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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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때 손님 구경하기가 더 힘들어요.”

경기도 한 주택가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신모(42)씨는 다음달 초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를 앞두고 벌써부터 시름이 깊다. 지난 6월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 당시 매출이 평소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등 타격이 컸는데 이번에도 연휴가 길어 근심이 커진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중구의 오피스 상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도 “10월 1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시내는 텅 빌 텐데 직원들에게는 통상임금의 1.5배를 휴일 근로 수당으로 지급해야 해 부담이 커졌다”면서 “아예 다음달 연휴 기간에 가게 문을 닫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일 국군의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3일 개천절, 9일 한글날까지 최장 12일을 이어 쉴 수 있는 ‘징검다리 연휴’가 가능해졌지만 오피스는 물론 골목 상권에서조차도 근심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와중에 길어진 연휴로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정작 자영업자나 영세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더욱 혹독해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국내 관광 활성화로 소비 진작에 나선다는 목표지만, 공휴일 지정이 내수 활성화의 근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다음달 연휴가 길어지면서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다음달 1~6일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푸꾸옥, 호찌민, 괌, 사이판, 대만 타이베이로 떠나는 항공편의 예약률이 90% 초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신문

일본 오키나와, 오이타, 홍콩, 필리핀 보홀 등으로 떠나는 항공편의 예약률도 90%에 육박하고 있다. 통상 저비용항공사(LCC)의 예약률은 70%대가 일반적인데 예약률이 90% 중반에 달한다는 것은 사실상 만석에 가깝다는 의미다.

티웨이항공도 인천에서 일본 삿포로, 대구에서 베트남 냐짱으로 떠나는 노선의 예약률이 각각 95%대에 달했으며, 진에어도 인천~오키나와·미야코지마, 부산~냐짱 등의 노선 예약률이 9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추석 연휴 때와 마찬가지로 너도나도 해외로 떠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1~8월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5841만 7307명으로 전년 동기(4254만 6469명) 대비 37.3%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8월(6166만 6268명)의 94.7% 수준까지 회복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한국을 찾아 돈을 쓰는 외국인은 감소세라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관광지출(249억 7000만 달러) 대비 국내 관광수입(151억 1000만 달러)은 98억 6000만 달러(약 13조원) 적자다. 방한 관광객이 국내에서 쓰는 돈보다 내국인이 해외에서 쓰는 돈이 100억 달러 가까이 많았다는 얘기다.

문체부의 외래 관광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개인 관광객의 지출 경비는 2022년 3454달러에서 지난해 2152달러로 약 37.7% 줄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개인 관광객의 지출 경비는 이 기간 4968달러에서 2324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정부는 이번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이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를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데다 가계부채도 빠르게 늘어나는 등 소비할 수 있는 ‘여윳돈’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미시적인 대책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연휴가 길어질 경우 아예 해외로 관광객이 유출되는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내수시장에서의 체감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면서 “물가 상승률은 안정됐다고 하지만 절대물가 자체가 올라 있는 데다 소득이 뒷받침해 주지 않고 있고, 부동산가격 상승 등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시공휴일 지정이 국내 관광 활성화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이미 소비자들의 지갑은 한정적인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공휴일을 지정해도 오피스상권에서 쓸 돈을 관광지에서 쓰는 식의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가 될 뿐 내수 진작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재정을 투입해 소비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관광전략회의 확대조정회의를 열고 관계 부처 및 17개 시도 합동으로 마련한 4분기 국내관광 활성화 대책 ‘여행가는 가을,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발표했다. 다음달 연휴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국내외 관광객의 국내 관광을 독려해 내수 활성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김희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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