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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내년 의료비와 주거비 증가 예상하는 사람들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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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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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가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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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를 향한 소비자의 신뢰는 지금 어느 수준일까. 반신반의半信半疑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0이었다. 지수가 100이면 긍정과 부정 응답 가구 수가 거의 같다는 얘기다. 100보다 크면 긍정이, 작으면 부정이 더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를 자세히 살펴봤다.

■ 주저앉는 소비자 신뢰=이번 소비자동향조사에선 몇가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우선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긍정과 부정 두 항목의 응답이 같았지만 지수 자체는 지난 5월 이후 두번째로 낮았고, 8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소비자 신뢰의 방향이 '부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거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지금 경기가 좋지 않아도,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란 희망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선 그런 기대가 다소 꺾였다. 현재 경기판단과 6개월 후인 향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지수를 보면 더욱 그렇다.

3분기가 분수령이었다. 현재 경기판단 지수는 올해 1월 69포인트, 향후 경기전망 지수는 81포인트였다. 현재 경기판단 지수는 등락을 거치며 좋아졌지만, 7~9월 77→73→71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향후 경기전망을 보면 올 1월 81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였지만 7~9월 84→81→79로 낮아졌다.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압도적으로 높아진 항목은 주택가격전망 지수 하나다. 9월 주택가격전망 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하며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은 올해 1월 92에서 4월 101을 기록하더니, 7~9월에도 115→118→119로 높아졌다. 주택가격 전망을 가장 비슷하게 따라간 건 임금수준 전망 지수였는데, 9월에 117로 꺾이면서 추격을 멈췄다.

■ 의료·주거비 증가 예상=그렇다면 소비자의 전망으로 경기 예측을 할 수 있을까.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내수의 실종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소비지출 전망을 통해서 대략의 경기 방향성은 예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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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 응한 2283명은 9월 6~13일 6개월 후인 내년 3월에 소비지출을 8월보다 1포인트, 7월보다는 3포인트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소비지출의 축소를 예상하면서도 총 9개 항목 중 의료·보건비와 주거비는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릴 전망이라고 답했다.

소비지출 전망을 소득별로 보면 월급여 400만~500만원대를 제외한 모든 소득 구간에서 지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로만 보면 월급여 100만원 미만 응답자들이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7월 110→9월 101).

의료비는 거의 모든 소득 구간에서 증가를 전망했는데, 100만원 미만 소득대에서 의료비 증가를 예상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7월 119→8월 119→9월 121). 연령대로 보면 대부분 감소나 현상 유지를 예상했지만, 40~50세 응답자들만 의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7월 109→8월 109→9월 112).

주거비 전망에서는 월급여 100만~200만원대 응답자만 6개월 후 주거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월급여 500만원 이상에서는 7~9월 지수가 모두 동일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70세, 70세 이상에서 6개월 후 주거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40~50세 응답자는 주거비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 선행일까 후행일까=소비자동향조사는 6개월 혹은 1년 후의 전망을 물어본다. 그래서 당연히 경제의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선행지표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선행지표라면 현재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소비지출 감소나 감소 전망은 내수와 직결되므로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징후로 판단할 수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2003년 발표한 '소비자 신뢰 조사는 관측자들의 신뢰도를 높여줄까'라는 보고서에서 "소비자 신뢰도는 개인이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예측을 요약한 것"이라며 "경제 활동을 전망하는 데 유용한 선행지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심리지수를 경제 상황이 이미 반영된 후행지표로 보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소비자심리지수를 후행지표로 보는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이미 변화한 뒤에 소비자가 이에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제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이를 극복하고 반응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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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심리지수가 선행인지 후행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이를 통해 기업 등 공급자는 물품과 서비스 공급가격을 결정하고, 소비자는 지출 규모 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이 소비자 신뢰 관련 지수의 하락을 향후 소비의 감소라고 판단하면, 재고나 간접비 등을 줄일 것이며, 이는 실업률을 끌어올려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소비지출 전망 지수에서 의료비와 주거비는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지금까지 두 항목에 너무 많은 지출을 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앞으로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선행지표와 후행지표 논란은 결국 주류경제학(신고전학파)이 경제를 개인의 합리적 행동의 결과로 보고, 케인스학파가 경제 구조로부터 개인의 행동이 좌우된다고 보는 차이에서 나온 결과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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