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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민주, 금투세 토론 '자충수' 민심만 잃고 유예로 기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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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부산에 내려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범어사를 찾아 정오 스님 등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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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토론회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금투세 '유예'로 더 쏠리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선 아예 금투세를 폐지하자는 공개적 주장이 나왔다. 금투세 토론회 도중 시행을 주장하는 쪽에서 제기한 "인버스에 투자하라"는 발언이 개미투자자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토론회를 통해 금투세 시행 필요성을 설득하려던 의도가 오히려 '자승자박'이 된 모양새다.

민주당은 몇 차례 의원 총회를 거쳐 금투세와 관련한 당론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이달 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투세 토론회에 '유예팀'으로 참가했던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당론 결정은 지도부 논의 등을 거쳐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어제 토론회를 통해 당내 분위기가 유예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도 (결정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시행팀'의 김영환 민주당 의원이 인버스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데 대해선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표현에 유의했어야 한다"며 "인버스 단어 하나에 모든 게 다 가려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투세 토론회 직후 채현일·강득구 민주당 의원 등도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유예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당론이 기울었다는 평가에 힘을 실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3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유예 주장에 공감이 갔다"며 "이젠 더 시간을 끌 이유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책임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지도부에서 절차를 밟을 것"이라면서도 "유예에 찬성하는 입장인 의원이 많다"고 전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아예 금투세를 폐지한 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처음에는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 유예하는 것이 시장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것 같다"며 "폐기하는 것이 낫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해 주식시장을 살려놓은 다음 처음부터 검토하는 게 낫다"며 "다수결을 해서라도 내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금투세 '3년 유예'를 공개 주장한 데 이어 이 대표의 오랜 측근인 정 의원은 아예 폐지 주장을 내놓은 셈이다.

이번 금투세 토론회를 앞두고도 이미 이 대표 의중이 유예 쪽으로 기울었지만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해식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부산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 달여 기간 의원 총회를 여는 등 의견을 수렴해 금투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절차와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감사를 충실히 하는 동시에 금투세와 관련해 의원들 의견을 수렴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투세 문제가 민주당에서 유예로 결정이 날 경우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을 확인하는 상징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에선 당론 결정과 별도로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8명은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 및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원내 지도부에 제출했다.

[곽은산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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