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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소상공인 ‘저승사자’ 마트킹, ‘쪼개기 건축 꼼수’로 지역상권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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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마트킹 서수원점의 모습. 건물 3개를 하나의 마트처럼 이어서 운영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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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4대 전통시장 중 하나인 일산 전통시장 상인들은 최근 걱정이 크다. 시장에서 약 1.3㎞ 떨어진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에 ‘마트킹’이라는 마트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산시장 상인회 등 12개 소상공인 단체 300여명이 지난 6일 고양시청 앞에서 입점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마트킹 일산점은 고양시 경관심의를 통과하는 등 입점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마트킹은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대형마트보다 무서운 ‘저승사자’로 불린다. 쪼개기 건축을 통해 대형마트와 판매시설이 받는 규제를 피하며 지역 상권을 초토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매장 면적 3천㎡ 이상)와 판매시설(매장 면적 1천㎡ 이상)의 기준은 건물 하나의 면적을 뜻하는데, 마트킹은 각 지점 건물을 1천㎡ 이하로 여러개 짓고 이를 연결해 하나의 마트처럼 운영한다.



실제 한겨레가 방문한 마트킹 매장들은 ‘쪼개기 건축’을 통해 하나의 마트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서수원점은 에이(A)동을 887㎡, 비(B)동을 874㎡, 시(C)동을 522㎡로 지었다. 이들 동은 각각 약 1m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통로로 연결돼 있다. 안성시 공도읍에 있는 안성점도 비슷한 방식으로 4개 동을 짓고 이어붙여 하나의 마트처럼 운영한다.



특히 안성점의 경우 4개 동의 면적을 합치면 약 3592㎡로 대형마트 면적에 해당한다. 하지만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을 부과하고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 이내에는 점포를 낼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안성점은 ‘쪼개기 꼼수’로 대형마트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365일 영업한다.



마트킹은 판매시설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하기 때문에 평택점처럼 생산녹지 등 관련 규제가 있는 곳에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다. 자영업자 관련 온라인 카페에 “마트킹이 들어오면 그냥 손가락 빨다 죽는 수밖에 없다”(한 정육점 업주)는 글이 올라오는 이유다.



이런 방식으로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린 마트킹은 지난해 양주에도 점포를 내며 경기 북부에 진출했다. 도내 매장만 11개에 이른다. 마트킹의 지난해 매출은 약 42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이었다.



마트킹의 편법은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수원점은 2021년 2월 무단 용도변경으로 위반건축물이 됐지만, 각 동에 다른 마트킹 계열사 법인을 등록했고 그해 11월 위반이 풀렸다. 안성점은 안성시가 직접 나서 2021년 9월 경찰에 마트킹 운영법인과 대표를 고발했지만, 마트킹 법인은 서수원점처럼 4개 동에 각각 다른 마트킹 계열사 법인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영업 중이다. 안성시 관계자는 “경찰에 고발해 재판까지 가도 벌금을 조금 내는 게 전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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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마트킹 서수원점의 모습. 건물 사이가 1m가량 떨어져 있지만, 내부는 통로로 이어져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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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마트킹 서수원점의 모습. 건물 사이가 1m가량 떨어져 있지만, 내부는 통로로 이어져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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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상인들은 일산에 들어오는 마트킹에 대해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박해균 일산시장 상인회장은 “고양시에서 이런 꼼수를 쓰는 기업은 입점을 막아야 하는데 오히려 경관심의 결과 등 관련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관심의는 심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마트킹 관련) 이슈를 알고 있지만 이 부분은 건축허가나 영업허가 과정에서 다뤄질 문제”라고 했다.



한편, 한겨레는 마트킹 공식 누리집에 나온 대표 번호로 연락했지만 “마트킹은 본사가 없고 지점별로 운영한다. 우리는 일산점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 대표 이메일로도 수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안성점 관계자는 “관련 문의는 본사에 하라”면서도 “본사 연락처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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