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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내일 전역인데…아들만 오지 않는구나” 채 상병 엄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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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7월18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고 채상병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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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채아무개 상병의 동기생인 해병 1292기가 26일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다.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의 전역일을 하루 앞두고 채 상병의 어머니가 품에 안을 수 없는 아들에 대한 애끊는 마음을 공개했다. 같은 날 10년 전 군대 내 가혹행위로 아들을 잃은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역시 깊은 슬픔에 공감하며 채 상병 어머니를 위로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25일 오전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누리집에 ‘그립고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올렸다. 어머니는 편지에서 “입대하던 날 포항 시내 거리마다 온통 벚꽃이 만개해 너무나 예뻐서 몇 번이나 아들과 환호성을 지르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며 “1292기수 1012명 중 아들만 엄마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목이 멘다”고 적었다. 이어 어머니는 “다른 동기들이 다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 우리는 누릴 수 없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아들이 없다는 현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속상하다”면서도 어머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머니는 “힘도, 내세울 것 없는 엄마지만 아들 희생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엄마가 그나마 살아야 할 이유”라며 “긴 시간 동안 자기 본분을 다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있는 분들처럼 엄마도 힘내 보겠다”고 편지를 끝맺었다.



같은 날 항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나온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도 글을 통해 채 상병 유족을 위로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는 재판 전 기자회견에서 “내일이 채 상병이 살아있었다면 부모 곁으로 돌아왔을 전역 날이라고 한다. 훈련소 보내 놓고 건강히 돌아오면 같이 하고 싶었던 게 많은 날인데, 이곳에 있는 엄마 아빠들은 한번씩 마음 무너져 내려본 날”이라며 “이 시간 채 상병 부모님들이 어떤 마음일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박 대령 기소 이후 단 한번도 재판 방청을 빼먹지 않았다는 윤 일병의 어머니는 “박정훈 대령은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모르는 사람”이라며 그럼에도 계속 재판에 나오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군 사망 사건 유가족이라면 누구나 군사경찰의 수사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분노와 좌절을 느껴보지 않은 유가족은 거의 없다”며 “저런 사람(박 대령) 한 사람만 있었다면 우리가 그 긴 세월을 진실을 찾기 위해 싸우는 일은 없었을 텐데’하는 마음으로 늘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그랬듯 진실의 편에 선 이들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이 곳에 늘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채 상병 어머니의 편지와 윤승주 일병 어머니의 글 전문이다.





■ 채 상병 어머니의 편지 전문



너무나 보고 싶은 아들에게



아들이 입대하던 날이 기억나는구나 포항 시내 거리마다 온통 벚꽃이 만개하여 너무나 예뻐서 몇 번이나 아들과 환호성을 지르던 입대 날(3.27)주마등처럼 스치는구나. 엄마는 매번 아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 백번하며 지낸단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일어나 정말 살아야 할 이유도 희망도 의욕부진인채로 지내고 있단다.



너무 속상하다.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우리에게 이런 일이 있을줄…아들 내일이면 전역인데 돌아올수 없는 아들이 되어 가슴이 아린다. 아들이 지금 군 생활을 하고 있었으면 미리 숙소 예약하고 아들 만나서 아빠랑 내려올텐데… 다른 동기들이 다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도 우린 누릴수 없어 가슴이 터질것만 같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 많이 만들어 놓고 또는 어느 음식점을 가서 먹을지 여러 군데 검색을 했을텐데 우리에게 아들이 다시 엄마품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현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고 1292기수 (1,012명)중 아들만 엄마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목이 메인다. 1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책임자를 밝혀달라 엄마가 냈던 이의 신청도 감감 무소식이라서 답답하기만 하단다.



사랑하는 아들 !!



엄마는 아들이 없는 곳에서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일상은 흐르고…매일 매일 아들과 대화했던 말들이 생각이 나서 미칠것만 같단다. 너무 받아들이기가 싫구나 아들이 없다는 현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혼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있을때가 많단다. 이런 감당하기 어려운 제일 겪지 말아야 할 일이 우리일이 될줄 너무나 가슴이 먹먹하다.



사랑하는 아들 !! 아들이 주는 기쁨과 행복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받아들일수가 없구나. 왜 우리에게 이렇게 큰 고통과 슬픔에 빠져 우울감에서 나올수 없게 만드는지. 엄마가 너 하나 출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엄마의 전부였는데…



하늘에서 보고 있을 아들!! 내일 전역일이라 오늘은 꼭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 엄마가 가끔씩 아들에게 장문의 글로 문자를 보내면 항상 글 말미에 사랑한다고 이모티콘과 하트를 여러개 보내었는데 모든게 아쉽다. 아들이 우리곁에 없다는 현실이 엄마,아빠라고 불러줄 아들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억장이 무너진다.



지금도 엄마가 이해할수 없는건 안전장비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투입지시를 하시 말았어야지. 왜 왜 !!! 구멍조끼 미착용한 상태로 투입 지시를 했는지 ?? 육군은 위험을 감지하고 철수를 했는데 왜 해병대는 강행을 하여 아들이 돌아올수 없게 되었는지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이 도저히 용서를 할 수도 없고, 용서가 안된다.



사랑하는 아들!!! 엄마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 계속 응원해줘 힘도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엄마지만 아들 희생에 진실이 밝혀지질 꼭 지켜봐줘 그것만이 엄마가 살아갈수 있고, 그나마 살아야 할 이유란다. 긴시간 동안 자기 본문을 다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걸 걸고 있는 분들처럼 엄마도 힘내 볼게. 하늘에서 못다한 꿈 마음껏 펼치길 바래 사랑해 !!



9월 25일 사랑하는 엄마가 아들에게







■ 윤승주 일병 어머니의 글 전문



안녕하세요, 2014년 육군 28사단에서 벌어진 윤 일병 사건의 피해자, 고 윤승주 일병의 엄마 안미자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저를 비롯해 군대에서 아들, 딸을 잃은 부모님들이 와계십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작년 11월부터 오늘까지 8차에 걸친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법정에 출두하는 박정훈 대령의 곁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지켜왔습니다.



박정훈 대령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만나본 적 없는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계속 이 자리를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군 사망 사건 유가족들이라면 누구나 군사경찰의 수사를 경험하게 됩니다. 국가에는 나라 지키라고 보낸 군대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아이가 싸늘하게 돌아온 것인지 확인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분노와 좌절을 느껴보지 않은 유가족은 거의 없습니다.



슬프고 경황없는 부모들을 찾아와서 간, 쓸개 다 빼줄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자식, 내 조카 일처럼 열심히 수사해서 한 점 억울함 없게 해주겠다던 지휘관이나 수사관들치고 제대로 된 수사 결과를 들고 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윗선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실을 은폐, 조작하고, 밥 먹듯이 꼬리 자르기, 봐주기를 합니다. 선임병들에게 한 달 동안 끔찍한 구타와 지옥 같은 가혹행위를 겪다가 멍투성이가 되어 사경을 헤매는 우리 승주를 두고 대대장은 ‘심폐소생술 훈련을 하다가 몸에 멍이 들었다’는 거짓말을 했고, 육군은 하늘나라로 떠난 승주의 몸이 식기도 전에 검시조차 해보지 않고 만두 먹다 목이 막혀 죽었다며 사인을 조작 발표했습니다. 군인권센터가 구타로 인해 사망했다고 진실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살인죄로 복역 중인 가해자에게는 군사경찰, 군검찰 수사 결과 대로 상해치사죄가 적용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아직도 아찔하고 분노가 치밉니다.



그러나 박정훈 대령은 달랐습니다. 억울하게 떠난 채 상병 앞에 맹세한 대로 대통령이라는 어마어마한 권력이 윗선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가해와도 굴하지 않았고, 진실을 지키고자 자기 직과 군인의 자존심을 걸었습니다. ‘저런 사람 한 사람만 있었다면 우리가 그 긴 세월을 진실을 찾기 위해 싸우는 일은 없었을 텐데.’ 유가족들은 늘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 옵니다.



박 대령의 양심을 꼭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그런 박 대령을 보고 배울 후배들이 또 생겨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다음엔 우리 같은 억울한 부모들이 덜 생기지 않겠습니까?



내일이 채 상병이 살아있었다면 부모 곁으로 돌아왔을 전역 날이라고 합니다. 훈련소 보내 놓고 건강히 돌아오면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날인데.. 이곳에 있는 엄마, 아빠들은 한 번씩 마음 무너져 내려본 날일 것입니다. 이 시간 채 상병 부모님들이 어떤 마음일지 걱정됩니다. 나라 지키라고 데려가 놓고 건강히 돌려보내지도 못했으면서, 왜 돌려보내지 못했는지조차 밝히지 않을 거라면 이 나라는 뭐하러 존재합니까? 채 상병이 전역했을 날이 다 되어가도록 이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박 대령이 무죄를 받는 것이 곧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비열한 권력을 박 대령의 양심이 이길 때까지, 진실이 거짓을 이길 때까지 곁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진실의 편에 선 이들이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이 곳에 늘 함께 할 것입니다.



9월 25일 윤승주 일병의 엄마 안미자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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