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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기자수첩]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탈 방지 위해 근본적 대책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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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부터 많은 우려가 제기됐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무단 이탈해 시행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들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5일 숙소에서 사라졌으며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이탈의 원인으로는 낮은 임금이 지목되고 있으며, 정부가 이해당사자와의 협의없이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 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파트타임으로 일할 경우 주40시간 근무가 확보되지 않아 약속된 수준의 급여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돌봄 서비스 분야 외국인력 도입 사업은 결국 돌봄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일 뿐이며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근무지에 5영업일 이상 결근하거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관할 노동청에 이탈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무단이탈한 가사관리사들은 25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내일(26일) 지방노동청과 법무부에 이탈신고가 된다. 이후 1개월 이내 강제출국되고, 불응할 경우 불법체류자로 전락한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탈 방지를 위해 가사관리사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식비, 교통비, 숙소비 등 생활비는 정부 지원없이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부수적'인 가사서비스의 범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업무 과중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24일 개최한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통금(통행금지)은 우리의 자유를 박탈해 간다고 느낀다"며 "오후 8시쯤에 일을 끝내고 9시쯤에 집에 오는데 약 1시간 정도만 자유롭게 우리 시간을 외부에서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탈 방지를 위해 주급제도 허용과 취업 활동 기간 연장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으로 본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주급제 전환이 근본적인 해결법은 아니며,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들이 국내에서 숙련도를 쌓아 다른 체류 자격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규모를 1200명으로 늘릴 계획인 정부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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