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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청딱다구리, 시민 선호도 낮아 보호종 해제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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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청딱다구리를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에서 해제한 것과 관련해 딱다구리보전회 등 환경단체들이 반대 의견을 내놨다. 딱다구리보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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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청딱다구리를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에서 해제한 것과 관련해 환경단체들이 반대 의견을 내놨다.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고 딱다구리의 생태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딱다구리보전회 등 98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3일 ‘청딱다구리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해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해제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청딱다구리를 해제하는 사유는 서울에서 지속적으로 출현하여 개체 수 감소가 유의미하지 않은 ‘일반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개체 수가 많아졌다는 단순한 수치 비교로 딱다구리류의 생태적 지위를 (보호종에서) 일반 종으로 변경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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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00년 오색딱다구리를 보호 야생생물로 지정한 이후 2007년 쇠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를 추가해 지금껏 딱다구리류 4종을 보호종으로 유지해왔다. 딱다구리보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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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앞서 지난 18일 기후·서식환경 변화 등 달라진 여건과 생물 종 서식 현황을 분석해 야생생물 55종을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관련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서울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청개구리, 각시붕어 등 보호 가치가 높은 14종을 신규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기존 보호종 가운데 “생육 미확인종, 보호 야생생물 지정 목적과 맞지 않는 일반종 및 멸종위기종 등 환경부 법정 보호종과 중복된 종 등 8종에 대해서는 해제”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청딱다구리가 포함된 것이다. 서울시는 보호종 지정·해제 원칙으로 △환경부 멸종위기종과의 중복 지정을 피함 △지속적으로 출현하여 개체 수 감소가 유의미하지 않은 일반 종은 보호종 해제 △일시적·인위적 출현종은 배제 △서울 지역에서 의미가 있는 종 지정 △시민과학 및 시민 관심이 큰 생물종 등이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 쇠딱다구리, 아물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까막딱다구리 등 6종의 딱다구리가 산다. 이 가운데 까막딱다구리(천연기념물 제242호,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를 제외한 5종이 서울시에 서식한다. 서울시는 2000년 오색딱다구리를 보호 야생생물로 지정한 이후 2007년 쇠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를 추가해 지금껏 딱다구리류 4종을 보호종으로 유지해왔다.



딱다구리는 과거 도심 공원과 근교 숲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새였지만 지나친 산림 개발과 솎아베기 등으로 서식지가 줄고 있다.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아 만든 둥지는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솔모, 큰소쩍새, 소쩍새, 솔부엉이, 찌르레기, 호반새, 벌 등이 함께 사용하며 번식과 휴식의 보금자리로 활용한다. 때문에 딱다구리는 숲의 생물다양성을 북돋고 생태적 순환을 돕는 종으로 여겨진다.



딱다구리보전회는 여전히 청딱다구리를 보호해야 할 이유로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의 생태적 지위가 같다는 점 △청딱다구리의 둥지 입구가 다른 딱다구리의 것보다 커서 숲의 종 다양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 △청딱다구리의 개체 수가 다른 딱다구리에 견줘 많다는 근거가 부족한 점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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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다구리류 서울시 서식 분포.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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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보호종에 대한 시민 선호도 조사 결과.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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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야생생물 재지정을 위해 서울연구원에서 진행한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서식실태 조사와 재지정 연구’ 보고서조차 청딱다구리의 누적 출현지점은 182개로 오색딱다구리(253개), 쇠딱다구리(230개)에 비해 오히려 적다는 점에서 ‘지속해서 확인되는 일반종’이라는 판단이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가 15년 이상 관찰한 결과에서도 일정 규모의 숲에서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의 개체 수는 비슷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여전히 보호 야생생물에 딱다구리 3종(오색딱다구리, 쇠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이 포함되어 있어 청딱다구리를 해제하더라도 서식지가 보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자연생태과는 한겨레에 보내온 답변 자료에서 “유사한 둥지와 서식지를 이용하는 (딱다구리) 1종은 제외하더라도 보상 효과로 서식지가 함께 보존될 수 있다”며 “반면 물새나 겨울 철새들을 추가하면 기존 산림성 위주로 지정되어 있는 보호 야생생물에 비해 하천 등 다양한 서식지까지 보존할 수 있다는 전문가 자문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청딱다구리를 해제하는 대신 홍여새 등을 신규 지정한 이번 조처가 여러 종들에게 더 큰 보호 효과를 준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번 보호 야생생물 재지정을 위한 ‘보호종에 대한 시민 선호도 조사’에서 해제 대상으로 검토된 조류(청호반새, 오색딱다구리, 박새, 청딱다구리) 가운데 청딱다구리의 선호도가 33.5%로 가장 낮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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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딱다구리는 몸길이가 30㎝정도로 등이 녹색이어서 청딱다구리라고 부른다. 수컷은 머리 위로 붉은 털이 돋아있다. 딱다구리보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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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다구리보전회는 “서울시는 예정된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재지정 고시에 청딱다구리뿐 아니라 해제 종들의 단순한 개체 발견이 아닌 서식처 환경 여건 변화를 고려해 전면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와 시민 1700여명의 서명을 서울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숲의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기후변화를 막는 딱따구리의 역할을 알리고 이들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 4월 만들어졌다. 표준어는 딱따구리지만, 학계와 탐조가들 사이에서는 딱따구리보다 ‘딱다구리’라는 표현이 선호돼 서울시와 딱다구리보전회 모두 해당 종들을 딱다구리로 적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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