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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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을 언급하며 세계가 “변곡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충돌 격화로 가자전쟁 확전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뚜렷한 발언은 내놓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에서 미국 대통령으로서 한 마지막 일반토의 연설에서 “정말로 우리가 세계 역사에서 또 다른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오늘 하는 선택은 앞으로 수십년간의 우리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지속하고,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으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분쟁이 격화된 가운데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에서 실패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더 강해졌다”며, 세계의 갈등 구도를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으로 규정하는 자신의 시각을 다시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전쟁에 대해서는 양비론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인 1200명을 살해하고 성범죄까지 저질렀다고 비난하면서 인질들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4만명이 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서도 “무고한 민간인들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때 가자전쟁에 대해서도 자유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 구도를 대입하기도 했으나 팔레스타인인들의 희생이 크게 늘자 양비론적 태도를 보이며 이스라엘에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가 힘을 합쳐 분쟁을 해소하자고 촉구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내놓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임기 말에 이르렀는데도 가자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전망이 흐린 데다 이스라엘이 레바논도 공격하면서 중동에서 전면전 위기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3년간 한반도 비핵화나 북한을 유엔총회 연설에서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빠트렸다. 이는 다른 분쟁 상황들이 심각한 데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이나 비핵화 전망이 떠오르지 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슬람권 정상들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스라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국제적 정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특권 국가들에게 맡겨져 있다”며 “그런 상황의 가장 극적인 결과는 가자에서 350일간 진행된 전쟁과 학살”이라고 말했다.
이는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이스라엘의 최대 후원국인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가자에서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유엔 체제도 죽어가고 있다”며 “서구가 보호하자고 주장하는 가치도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연단에 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가자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그는 “세계의 무책임함” 속에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통을 겪는다며 “(이스라엘의) 점령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보호할 구조를 만드는 게 국제사회의 도덕적 의무”라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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