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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의사 결혼비 내주고 수십억 배당까지…국세청 '리베이트'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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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건설·의약품·보험중개 47개업체 조사 착수

"'납세의무 회피' 최종귀속자 찾을 것"

뉴스1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리베이트 탈세자 세무조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4.9.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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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철 기자 = 국세청이 건설, 의약품, 보험 등 업계에서 여전히 성행하는 리베이트 관련 탈세에 대해 대규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건설·의약품·보험중개 등 3개 주요 분야의 총 47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모두 관련 법률에서 리베이트 수수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 분야다.

분야별로는 △건설 업체 17개 △의약품 업체 16개 △보험중개 업체 14개 등 총 47개 업체다.

우선 국세청은 재건축조합, 시행사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설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건설 업체가 시행사, 재건축조합 등 발주처의 특수관계자에게 가공급여를 지급하거나, 발주처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리베이트 지급 혐의를 확인했다.

또 도급계약이 연쇄적으로 체결되는 특징으로 인해 대형 건설사가 발주처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하도급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이중적인 관행도 포착했다.

허위용역비를 지급해 직접 혹은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과다한 금액을 지급한 후 '페이백'을 받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수취한 행위도 발견했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리베이트를 수취한 조합장, 시행사 등도 끝까지 추적해 과세할 것"이라며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세법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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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례(국세청 제공). 2024.9.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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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또 의약품 처방 권한을 독점한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약품 업체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의사 부부의 결혼식, 신혼여행, 예물비, 호텔비 등을 대납하고 자택으로 수천만 원 상당의 고급가구·대형가전을 배송했다. 병원장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 업체도 있었다.

특히 병원장의 배우자, 자녀 등을 의약품 업체의 주주로 등재한 후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의약품 업체 직원 가족 명의의 영업대행사(CSO)를 만들고, 허위용역비를 지급해 자금조성 후 의료인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CSO 대표에 고액의 급여를 지급한 후 이를 현금화해 의료인의 유흥주점 접대 등에 사용하는 식이다.

국세청은 그동안 조사의 한계로 인해 리베이트 제공 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의약품 리베이트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으로서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리베이트로 최종이익을 누리는 자를 파악하고 의약품 리베이트를 실제 제공받은 일부 의료인을 특정해 소득세를 과세했다.

민 국장은 "의약품 업체 영업 담당자들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을 밝히느니 그들의 세금까지 본인들이 부담하겠다'며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의료계의 카르텔이 얼마나 공고한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 국세청은 신종 유형으로 경영인 정기보험(CEO보험)에 가입한 법인의 사주일가 등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가 있는 보험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CEO보험은 법인비용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장성보험이다. CEO 또는 경영진의 사망이나 심각한 사고 발생 시에도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험금을 법인에 지급하는 상품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고액의 법인보험을 판매하면서, 가입법인의 특수관계자(대표자와 그 배우자, 자녀 등)를 보험설계사로 허위 등록하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자에게 많게는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이들은 영업 과정에서 "법인의 비용으로 고액 보험료를 납입하므로 법인세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자녀 등이 고액의 설계사 수당을 지급받으므로 사실상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유인했다.

민 국장은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도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귀속자를 찾을 것"이라며 "정당한 세금을 과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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