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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인터뷰] 강수진 위커밋 대표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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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창업 꿈꿔…서울대 진학 후 카톡방 개설 2000명 멘토링, AI 개발자 역량 다져
팀 해체로 개발 완료한 프로덕트 표류, 홀로 피보팅 감행해 돌파구 마련… 신규 투자 유치 성공
정부지원사업 자동화 솔루션 ‘위커밋 봇’에 이어 글로벌 타겟한 목표 실행 AI 서비스 ‘다미(DAMI)’ 개발 중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한 번의 도전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때로는 갖가지 시련들이 한꺼번에 몰아 닥치며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들 중 적잖은 수가 다시금 전열을 정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도 한다. 어찌보면 그것이 바로 스타트업의 정신이자 성공에 도달하는 비결일 수도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정부 지원사업 신청 관리 및 사업계획서용 문서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한 초기 스타트업 위커밋의 강수진 대표가 보낸 시간 역시 다르지 않다. 무수한 시련과 시행착오를 거쳐왔지만, 지나온 길 보다 앞으로 나아 갈 길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대표는 여전히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 개발과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인터뷰는 ‘아직’ 성공하지 않은 한 스타트업 창업자의 도전 스토리다.

공부 빼고 다 했던 중학교 3학년 시절, 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인생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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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까지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평범하고 놀기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유일하게 성적이 잘 나왔던 것이 영어 정도였죠. 그러다 3학년 무렵에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기 시작하면서 막막함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죠.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꿈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서는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깨닫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기 시작했어요. 우선 꿈을 찾으면 1차 목표는 달성한다는 생각이었죠.”

생각지도 못했던 ‘꿈’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 즈음부터 그녀는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답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 학회 활동을 통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찾으며 경제·경영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티븐 잡스를 알게 됐고, IT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꿈의 언저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IT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공부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IT와 사람을 연결시키는데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기술 개발이 아닌, 아예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죠. 그 무렵 우연히 보게 된 한 해외 영상에서도 큰 영감을 받았어요. 구걸을 하며 억울하게 감옥까지 간 한 사람의 이야기였죠. 그는 그림을 잘 그렸는데, 커피콩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한 크리에이터 팀이 그의 작품을 온라인 비즈니스화 시키는데 도움을 줬고, 결국 그는 그 팀 덕분에 사치 갤러리에 전시를 하게 됐어요. 오프라 윈프리 조차 찬사를 하며 그의 작품을 사기도 했죠. IT와 접목해 한 사람의 재능을 온라인에 소개한 것으로 이 사람의 인생이 바뀐 것이죠. IT를 통해 나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는 것, 그때부터 그것이 제 꿈이 됐어요.”

압축적인 경험 추구, 자연스레 진입한 AI 개발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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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은 꿈을 바탕으로 그녀는 공부에 더욱 매진했고 결국 서울대학교 입학이라는 첫 번째 성과를 달성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전기정보공학부에 입학한 그녀는 정보문화학을 복수전공하며 공학과 인문학을 두루 경험했다. AI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연결하는 방식을 배운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런 그녀의 활동은 단순히 학과 공부에만 집중되지 않았다.

“제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싫어했던 시절을 경험하기도 했고, 꿈을 찾는 과정을 통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서울대에 진학하게 되는 경험을 거치며 성장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 과정과 경험을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입학하자마자 ‘서울대 공대녀’라는 카톡방을 개설하고 멘토링을 시작했어요. 어떤 질문이든 쉬는 시간 마다 답변을 달았죠. 그렇게 멘토링을 한 중고등학생이 2000명 정도 되더군요.”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 일과 함께 창업 동아리 활동도 병행했다. 부동산 팝업스토어, 교육 분야에서 창업을 시도하는 학생창업팀에 참여해 지금은 큰 기업이 된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도 활약했다. 3학년부터는 알토스벤처스 심사역이자 정보문화학과 창업 강좌를 맡고 있던 박희윤 교수의 추천으로 스푼라디오 인턴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개발자의 삶은 이후 마인드 로직의 AI 개발자로 이어졌다. 마인드 로직은 최근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투자한 생성형 AI 스타트업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그녀의 경험들이 모두 학생 시절 압축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당시 마인드 로직은 가상의 이성 친구를 사귀는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그때 음성과 이미지, 자연어 AI 모델 개발을 경험했죠. 챗GPT도 나오기 전인 2018년부터 생성형 AI가 새로운 답이라는 생각을 하며 졸업 후에도 정직원으로 일을 이어갔어요.”

호기롭게 도전한 창업, ‘시련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할 뿐’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창업’이라는 두 글자가 다시 떠오른 것은 마인드 로직에서 개발자로 근무한지 3년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중학교 3학년부터 꿈을 정한 이후 쉼 없이 달려왔고 어느 정도 성취도 이뤘지만, 정작 그녀를 사로잡은 창업이라는 과제는 아직 제대로 된 시도 조차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중학교 3학년 이후로 제 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창업이라고 목표를 설정했어요. ‘이렇게 계속 회사를 다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인드 로직 대표님과도 의논을 했는데, 대표님은 퇴사는 하지 말고 회사 내에서 창업 활동을 해서 결과를 가져와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사내 창업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목표 수치를 달성하기도 했어요. 이후에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휴직을 하며 여러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죠. 그런데 막상 새로운 문제를 풀 방법을 찾고 검증을 하다 보니 제 주변에 풀어야 할 문제들이 참 많다는 생각, 내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고민의 순간에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새로운 전환점이 된 글로벌 VC 앤틀러의 배치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앤틀러는 한국에 앤틀러코리아를 설립하고 첫 배치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퇴사 후 지원했고 앤틀러코리아 1기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이후 그녀는 팀 조직과 비즈니스 모델 구축, 사업화를 위한 PoC를 진행하며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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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순조롭기만 했던 그녀의 행보에도 시련이 찾아왔다. 2~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처음만난 예비 창업자들과 창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팀을 만들고 가능성 있는 비스니스 모델을 도출했지만, 사업화 과정에서 진행 방식이나 방향성에서 이견이 적지 않았다. 그 사이 초기 자금은 빠르게 소진됐고,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며 팀은 해체 직전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녀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서비스를 위한 프로덕트 개발까지 마친 상황에서 사실상 팀원들 대부분이 중도 이탈하며 법인 역시 폐업 신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전 폐업 대신 더 해보겠다는 결정을 했어요. 어차피 창업을 할 생각이었고 법인 설립과 사업화를 생각했던 아이템도 있는 상황에서 이 위기를 극복하면 제가 더 성장할 거라는 생각을 했죠. 남은 자금은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앤틀러에서도 도와주셨고, 한 번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돌이켜 보면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었죠(웃음). 대표자가 바뀌고 사명을 변경하는 바람에 지원 사업에도 참여를 못하고 세제 혜택도 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 조차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죠.”

각 도메인의 워크 플로우를 완전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 개발 목표

이후 강 대표는 사명을 바꾸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뒤로 한 채 1인 기업으로 새출발을 시작했다. ‘위커밋’의 시작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사업 자금을 가지고 그녀가 주목한 것은 스스로를 비롯해 동료 스타트업들이 고민하는 정부지원사업 지원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아이템이었다. 극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우선 매출을 통해 성과 입증이 가능한 서비스 모델에 집중한 것이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인 다역을 소화했던 그 기간을 그녀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돌이켰다.

“초기 창업팀들은 정부지원사업을 수주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요. 본업도 하면서 지원사업까지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죠. 그래서 개중에는 비용을 써서 외부 전무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저 역시 과거 스타트업에 몸담으며 개발자임에도 불구하고 딥테크 팁스 등 지원사업 준비를 돕기도 했죠. 때로는 이 정부지원사업 준비 때문에 퇴사자가 생기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는 생성형 AI를 통해 문서 자동화 솔루션을 만들고 이를 정부지원사업 추천, 신청, 사업계획서용 문서를 작성해 주는 서비스에 적용했어요. 이를 ‘위커밋봇’이라는 챗봇 형태로 서비스하고 현황을 대시보드로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고도화하고 있어요.”

위커밋봇은 B2B(기업 간 비즈니스) 방식으로 AI를 활용한 정부지원사업 관리 및 문서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며 초기부터 스타트업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에는 ‘서울 핀테크 위크 데모데이 with IBK’에서 IBK 특별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위커밋봇은 현재도 꾸준한 매출을 일으키며 시장성을 검증 받고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위커밋은 쉼 없이 생성형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도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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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커밋봇은 스타트업에 특화돼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한편으로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는 서비스이기도 해요. 사실 제가 창업을 고민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글로벌이었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최대치까지 키워내는 것이 창업가의 꿈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위커밋봇은 전체적인 자동화를 추구하며 꾸준히 매출을 일으키는 사업으로 유지하고, 한편으로 글로벌 시장을 타켓팅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다미(DAMI)’ 앱이죠.”

최근 개발을 본격화한 위커밋의 새로운 서비스 ‘다미(DAMI)’는 개인의 목표 달성과 업무 수행을 돕는 AI 기반의 자동화 솔루션이다. 강 대표는 “개인이 목표를 설정하면 구체적인 기한과 필요한 수행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피드백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라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목표 달성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들은 많아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저희는 AI 기반으로 여러 일들을 시간 안에 원활하게 처리해 낼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초기 버전은 새로운 팀원들과 밤새 작업해 3주만에 런칭하고 선보인 상태죠. ‘다미(DAMI)’는 ‘Dream & Ambition Management Interface’의 약자예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획부터 실행을 AI를 통해 도와주고 최적화해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맞춤형 목표 설계를 위해서는 시작 단계에서 목표와 관련된 객관식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을 거치게 돼요. 그렇게 목표를 구체화한 다음 AI가 수행해야 할 습관이나 과제 등을 세분화해 제안하고 실제 캘린더에도 배정해 실행하도록 돕죠. 네이버 검색도 지원하고 유튜브 영상 추천도 해주면서 앱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하며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테스트 중이예요.”

위커밋은 장기적으로 다미를 좀 더 뾰족하게 다듬어, 개인을 넘어 기업들의 사업에 대한 프로세스와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AI 서비스로 고도화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강 대표가 강조하는 ‘다미’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AI 에이전트’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 말미,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는 강 대표의 눈이 다시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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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나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가 향후 2~3년 뒤에 선보일 새로운 서비스가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저희는 이들이 하지 않을 영역에 주목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응용 서비스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방향은 AI 서비스 도입을 도와주거나 서비스 자체를 만들어 시장 반응을 보는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죠. 물론 둘 다를 잘하는 기업이 결국 살아남을 거라 생각하고 저희도 노력 중이예요. AI 에이전트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진정한 에이전트 개념의 서비스는 아직 없다고 봐요. 그리고 각각의 도메인에 접목하는 수준이죠. 아직은 각 도메인을 보조하는 역할인 거예요. 모든 워크 플로우를 AI가 리딩해 자동으로 완수하도록 하는 부분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저희는 ‘다미’를 목표와 기간만 설정하면 그것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모든 과정을 설계하고 피드백을 주는 서비스로 고도화하려 해요. 장기적으로 그렇게 각 도메인의 데이터가 모이면 향후 AGI(범용인공지능) 시대가 됐을 때 어떤 분야든 계획과 실행, 피드백까지 완전 자동화된 AI 에이전트를 선보일 수 있겠죠.”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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