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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사설] ‘속빈 강정’ 우려 나오는 체코 원전, 장밋빛 홍보만 할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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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체코 원전 사업 참여를 두고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 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며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는가”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전날 원전 수출의 경제성 의문 제기에 “어느 나라 정당·언론이냐”며 반발한 데 이어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체코 방문 성과가 있었다면 정확히 설명하면 된다. 하지만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정부의 대대적 홍보 거품을 걷어내면 윤 대통령의 나흘간 체코 방문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분명치 않다. 여전히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인 건 맞지만, 아직 수주를 완결지은 것은 아니다. 한수원이 체코에 지으려는 원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소송을 철회하지도 않았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제가 추가하고 싶은 것은 최종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 수주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처럼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주요 부품을 사서 쓰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면 정부가 당초 홍보했던 전 부품 국산화를 전제로 한 계산과 달라지게 된다. 게다가 체코는 원전 건설에 현지 기업의 60% 참여율을 희망한다. UAE와 달리 체코는 유럽연합(EU) 원전 안전규제와 노동기준을 적용받아, 공사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체코는 원전 2기 중 1기의 자금조달 계획만 밝혀 한국의 저리 융자에 상당 부분 의존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이번 사업의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제기된 궁금증을 해소할 책임이 있지, 왜 못 믿느냐고 윽박질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수출 외에 국내 원전 수도 늘리려 한다. 얼마 전 경북 울진에 8년여 만에 처음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 허가를 내줬다.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면 막을 길은 없다. 에너지원별 구성에서 원전 자리가 어느 정도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원전 사양산업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시장 개편,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시설과 송전선로 건설 어려움 등 여건을 고려하면 그 비중은 ‘원전 지상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지난 19일 체코 프라하 대통령궁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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