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싸웠다…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악연, 시작은?

최근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악연'은 40년 이상 거슬러간다. 헤즈볼라는 1980년대 초반 레바논 전쟁 당시 이스라엘에 맞서기 위해 세워졌다.

이스라엘은 당시 레바논에 거점을 두고 자국에 테러를 가하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몰아내겠다며 1982년 6월 내전 중이던 레바논을 침공했다. 이에 현지 강경파들이 모여 이스라엘을 겨냥한 무장투쟁을 시작한 게 헤즈볼라의 모태다.

최근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악연'은 40년 이상 거슬러간다. 사진은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2024년 9월 1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휴대용 호출기 폭발로 사망한 사람의 관을 운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이를 계기로 40여년간 무력 충돌을 계속해왔다고 전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큰 타격을 준 사건은 1982년 11월 벌어졌다. 이스라엘이 PLO를 레바논에서 철수시키며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이던 때, 레바논 남부 티레에 있던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 본부가 폭발해 91명이 숨졌다.

가디언은 "현지 당국은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이 원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레바논 무장 이슬람주의자들이 조직한 최초의 자살 차량폭탄 테러였다"고 전했다. 당시 폭발에 가담한 세력들이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듬해 헤즈볼라를 만들었다.

2024년 9월 23일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FP=연합뉴스

헤즈볼라는 이듬해인 1983년 4월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을 공격했다. 같은 해 10월엔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 막사를 겨냥한 차량 자살폭탄 테러로 350여명을 살해했다. 한 달 뒤에는 티레의 신베트 본부를 다시 공격해 이스라엘인 23명 등 약 60명을 숨지게 했다.

헤즈볼라는 1990년 레바논 내전이 끝난 뒤에도 이스라엘에 맞서야 한다며 무장을 해제하지 않았고 레바논 국내 정치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까지는 정보 부족에 시달렸지만, 1992년 레바논 남부를 공습해 헤즈볼라 수장이던 아바스 알무사위를 사살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자원봉사자들이 2024년 9월 23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임시 대피소에서 부상자들을 돕고 있다. EPA=연합뉴스

━

2006년 전면전도…가디언 "최근엔 이스라엘 우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갈등은 2006년 7월 전면전을 기점으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사상자 10여명이 나오고 이스라엘군 병사 2명이 납치되자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구출하겠다며 레바논을 침공했다.

34일(7월 12일~8월 14일) 동안 벌어진 전면전은 유엔의 중재로 끝났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에서 160여명, 레바논에서 1000여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당시 헤즈볼라의 게릴라전에 휘말려 인질 구출에 실패했다. 반면 헤즈볼라는 압도적인 전력의 이스라엘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4년 9월 17일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호출기 등 수천대가 폭발해 사망한 사람들의 장례식이 18일 열린 가운데, 헤즈볼라 깃발을 든 한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으로 양측의 대립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헤즈볼라는 가자 전쟁 발발 직후부터 하마스를 지원한다며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고, 이스라엘도 보복 공격을 하며 충돌이 격화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오랜 기간 이기고 지기를 반복했으나, 최근엔 이스라엘이 우위에 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우위를 엿볼 수 있는 사건으로 지난 7월 이스라엘군 표적 공습으로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숨진 것과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등 통신기기 수천 대가 폭발한 사건을 꼽았다.

신문은 "이스라엘이 삐삐·무전기 폭발사건을 놓고 봤을 때 오랜 비밀 투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것으로 여겨진다"며 "헤즈볼라 고위 군사 지휘관을 겨냥한 암살은 (이스라엘이) 정확한 헤즈볼라 내부 정보를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