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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고려아연 “영풍이 폐기물 처리 떠넘겨 거절하자 관계 틀어져”···돌이킬 수 없는 강 건넌 ‘75년 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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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에서 열린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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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MBK) 간의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을 열고 반격에 나섰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제중 부회장은 24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의 장형진 고문을 겨냥해 “기업사냥꾼인 투기 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영풍이 자사 유해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하면서 양사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과 고려아연 핵심 기술 인력 2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은 부당하며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나섰다”면서 “우리가 피와 땀으로 일궈온 고려아연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펀드 MBK의 경영권 인수 시 “사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최윤범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2022년 최 회장 취임 전후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이다. 이번 기자회견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1984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과 기술연구소장,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부회장에 오른 인물로 고려아연의 성장을 함께한 산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우리의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그런데 지금 MBK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기술과 미래,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 없고 오직 ‘돈, 돈, 돈, 돈’뿐”이라며 “절대로 이런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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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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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겨냥해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영 실패로 환경 오염과 중대 재해를 일으켜 국민에게 빚을 졌으면서도 이제 와 기업사냥꾼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부회장은 양사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로 4~5년 전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배출 사건을 들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영풍이 자사 유해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했지만 최 회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장 고문과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영풍은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했다.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영풍이 사업 부진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인원 감축을 진행 중인 상황도 꼬집었다. 그는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경영의 모습이냐. 영풍의 경영진은 경영에 실패했다”고 했다. 또 “영풍 경영진이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만약 MBK가 고려아연을 차지하게 된다면 우리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심이 집중된 최 회장 관련 의혹 해명과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항 공개매수 추진 계획과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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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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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최 회장 저격에 집중했던 MBK는 고려아연의 기자회견 시작 전 입장문 ‘고려아연 임직원, 노동조합, 고객사, 협력업체, 주주, 지역사회,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께 올리는 글’을 배포하고 고려아연 지지를 표명한 울산 지역과 협력사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MBK는 “글로벌 비철금속제련 1위라는 자부심과 긍지에는 그 수많은 시간 동안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애써오신 여러분들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존중하고 또 존경한다”고 했다. 또 “고려아연이 그동안 울산광역시에 약속했던 고용과 투자는 중단없이 계속해 추진될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협력사와 고객사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울산에 제련소가 있는 고려아연은 최근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 등 울산 각계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전날에는 고려아연 계열사 80곳이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통해 “최고 수준의 제품 품질 연속성이 저해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임전무퇴의 각오로 MBK의 고려아연 인수 저지에 나선 이상 자금 조달에 총력을 기울이겠지만 공개매수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점은 양측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MBK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 여부에 따라 고려아연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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