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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이혼 고정관념 깬 여성 버디물…‘굿파트너’ 평가 ‘굿’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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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 드라마 ‘굿파트너’에 출연한 배우들의 모습. 스튜디오S·스튜디오앤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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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분할 20억원과 자녀 양육권. 이혼 조정 중인 여성이 갈림길 앞에 섰다. 남편은 외도를 저질렀다. 친구 부부와 주말마다 함께 캠핑을 다니다가 벌어진 일이라 배신감이 컸다. 남편은 ‘재산 분할로 20억원을 받고 양육권을 넘겨달라’고 제안했다. 여성을 대리하는 변호사 차은경(장나라)은 그에게 20억원을 선택하고 양육권을 포기하는 것이 돈 때문에 자녀를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했다. 면접교섭권을 통해 자녀와의 관계도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녀가 부유한 아빠 밑에서 좋은 옷을 입고 양질의 교육을 받길 원했던 여성은 양육권 대신 20억원을 택한다. 드라마 ‘굿파트너’(SBS) 속 일화로, 양육권을 포기하고 돈을 받는 것이 비정한 선택인 것처럼 여겨지는 통념을 비틀고 ‘현명하게 이혼하는 방법’을 소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일 종영한 ‘굿파트너’는 불륜 소재를 흥미롭게 다루며 시청률을 끌어올린데다, 이혼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이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는 호평도 받았다. 흔히 볼 수 없었던 ‘여성 버디물’로 신선한 재미를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7월12일 첫 방송에서 7.8%로 시작한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하더니 마지막회에서는 두배 가까운 15.2%에 달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21% 넘게 치솟기도 했다. ‘신성한, 이혼’ ‘남이 될 수 있을까’ 등 그동안 이혼 변호사 얘기를 다룬 드라마는 많았지만, 크게 흥행한 적은 없었다. ‘굿파트너’ 역시 방영 전에는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으나, 방영 뒤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는 ‘유명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이 남편의 외도 탓에 이혼을 한다’는 큰 줄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면서 매 회차마다 다양한 이혼 과정을 보여준다. 차은경의 남편 김지상(지승현)과 부하 직원 최사라(한재이)가 불륜을 저지르고 끝내 관계가 파탄 나는 이야기가 답답함과 통쾌함을 안기며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장나라는 지난 23일 인터뷰에서 “제가 불륜을 다룬 작품을 여러번 했는데, 그동안 불륜남 중에서도 김지상이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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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굿파트너’에서 차은경 변호사를 연기한 배우 장나라. 라원문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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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혼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다룬 점도 주목받았다. 현직 이혼 변호사인 최유나 작가가 극본을 쓴 덕이다. 불륜남을 변호하려고 ‘이따가 근처에서 ㅅㅅ(섹스) 할래요?’라는 문자에서 ‘ㅅㅅ’를 ‘석식’이라고 주장한 장면은 ‘ㅅㄹㅎ’(사랑해)를 ‘시러해’(싫어해)라고 주장한 실제 소송 사례에서 따왔다고 한다. 남편에게 매 맞는 것이 괴로워 이혼을 결심했으면서도 남편의 끼니를 걱정하는 아내, 양육권을 포기하고 재산분할을 받았으나 면접교섭권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며 결론적으로는 자녀와 재산 모두 얻어낸 여성의 사례 등이 재미를 줬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불륜을 다루면 감정을 쥐어짜는 신파나 복수극으로 흘러가기 쉬운데, 이 드라마는 그보다 이혼 소송의 과정에 집중해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또 학습하면서 봤다”고 짚었다. 현직 이혼 변호사인 양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현실적으로 엄마가 경제력을 확보하기 전에 양육권을 가져오기 어려워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점들이 잘 그려진 것 같다”고 했다. 차은경이 “상간녀와 상간남이 앞으로도 쭉 같이 살지 알 수 없다”는 대사를 한 데 대해 양 변호사는 “실제로 저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문제가 안 불거지겠냐’는 조언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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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굿파트너’ 포스터.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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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흔치 않은 여성 버디물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는 평가다. 드라마에선 정의감과 열정이 넘치지만 서투른 변호사 한유리(남지현)와 냉철하고 노련한 변호사 차은경이 짝을 이뤄 활약한다. 그동안 한국에선 남성 주인공들의 콤비 플레이와 ‘브로맨스’를 다룬 작품은 넘쳐났지만, 여성들의 우정과 협업을 그린 작품은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굿파트너’는 두 여성 주인공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협력하는 여성 버디물”이라며 “그동안 영화 ‘투캅스’를 비롯한 남성 버디물들이 많았는데,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장나라는 “남지현씨가 믿음직스럽고 굳건하게 자리해줘서 자유롭게 차은경을 연기할 수 있었다”며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이 드라마처럼 장르가 넓어져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연기로 먹고사는 사람에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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