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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트럼프 외교 성공' 폼페이오 주장, 듣지 말라”…보좌관 출신 외교관의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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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9년 7월 16일(현지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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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오브라이언, 맥매스터 말을 듣지 말라.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실패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외교관 마이클 매킨리가 2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실은 도발적인 기고문 제목이다.

매킨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브라질 대사를 역임하는 등 미 국무부에서 37년간 근무한 베테랑 외교관이다. 기고문에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국제경제와 외교안보 이익에 실질적인 피해를 줬다”며 트럼프 정부 당시 외교정책의 난맥상을 맹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으며 현재까지 트럼프의 외교정책 유산을 높게 평가하는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물론 트럼프에 비판적이면서도 일부 결정을 두둔하는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싸잡아 “그들 모두 틀렸다”고 했다. 최근 트럼프·부시 등 과거 공화당 정권에서 일했던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 100여 명이 트럼프의 경쟁 상대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는 등 트럼프 대외정책을 두고 이른바 내부자들의 ‘저격’이 이어지고 있다.

매킨리 전 수석보좌관은 먼저 트럼프 재임 당시 외교정책의 몇몇 성과를 열거했다. ▶동맹국과의 부담 분담 개선 ▶중동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 저감 ▶탈레반과의 도하 합의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출구 전략 마련 ▶초당적 지지를 받은 대(對)중 정책 ▶불법 이민자 유입 둔화 ▶한국ㆍ캐나다ㆍ멕시코와의 무역 협정 개정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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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에서 37년간 일한 베테랑 외교관 마이클 매킨리가 2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실은 기고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수석보좌관을 지낸 매킨리는 ‘폼페이오, 오브라이언, 맥매스터 말을 듣지 말라.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 폴리티코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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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더 많은 분담 요구…관계 악화시켜”



동시에 “성과 그 이면에는 심각한 부정적 결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장 먼저 꼽은 건 ‘동맹 약화’다. 매킨리 전 보좌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트럼프의 거래적 접근 방식은 미국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렸다”며 “동아시아에서는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에 더 많은 (방위비)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관계가 한계점 근처까지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와의 군비통제 협정에서 탈퇴함으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는 인상을 주게 했고 ▶2018년 이란과의 핵 합의 포기는 미국의 대(對)이란 영향력을 약화시켰으며 ▶아브라함 협정(2020년 9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바레인·아랍에미리트 간 정식 외교관계 수립)은 이스라엘 외교 관계의 판도를 바꿨지만 팔레스타인인의 곤경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점 등을 짚었다. 매킨리는 “유럽과 동아시아 주요 동맹국들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재고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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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매킨리 전 주브라질 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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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교 성과 믿는 오브라이언 ‘공상’”



‘트럼프의 외교 책사’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을 두고는 “그는 트럼프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고 트럼프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실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공상적인 해석”이라고 힐난했다.

매킨리 자신이 보좌했던 폼페이오 전 장관에 대해서는 “그는 트럼프가 힘을 통해 평화를 재건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런 류의 제안은 대부분 바이든(대통령)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경제 참모’로 불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두고는 “약달러와 10% 보편관세를 주장하는데 미국과 세계 경제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이라고 했다. 매킨리는 “오브라이언 등은 자신이 모셨던 전 대통령이 위업을 달성했다고 믿을지 모르나 대선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우리 모두를 속게 해서는 안 된다”며 끝을 맺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대외 정책 수립 및 집행에 깊게 관여했지만 현재는 트럼프와 거리가 멀어진 외교안보 분야 인사가 상당수 있다. 이른바 ‘어른들의 축’으로 불렸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허버트 전 보좌관에 이어 발탁됐지만 역시 트럼프 눈 밖에 나 밀려난 존 볼턴 보좌관 등이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을 경시하며 국가 안보관이 혼란스러워 대통령이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재선시 시진핑과 첫 통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권위주의 국가 정상과의 친분을 자랑하며 톱다운 방식의 담판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트럼프는 2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포럼에서도 그런 면모를 과시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재입성 시) 첫 번째 통화를 시진핑 주석과 할 것이며 ‘당신이 한 (무역) 합의를 존중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이 미국 농산물 500억 달러(약 69조원)어치를 구입하기로 자신과 합의했었다면서 “나는 그가 100% 그것을 다 살 것을 장담한다”고 했다.

해리스에 대해서는 수위를 한껏 끌어올려 독설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인디애나에서 가진 유세에서 “그는 공산주의자”라며 “카멀라, 당신은 미국에 대한 재앙이다. 당신은 해고”라고 외쳤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10월 17일 가톨릭 자선기금 모금 행사인 제79회 ‘알 스미스 연례 만찬’에 해리스가 불참하기로 한 결정을 비판하면서 “그는 확실히 가톨릭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카멀라 동무’에게 투표하는 가톨릭 신자들은 정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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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대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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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면담했다. 두 정상은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협상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무고한 민간인 보호와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UAE를 미국의 주요 국방 파트너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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