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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어색한 만찬’ 하게 된 尹-韓... 독대 무산에 멀어진 당정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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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의 독대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24일 만찬은 어색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며 한 걸음 물러섰지만, 취임 두 달째를 맞아 각종 현안의 해법을 찾는 등 ‘반전’을 노렸던 한 대표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조선비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지도부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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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독대라는 것이 내일 꼭 해야만 성사되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만찬의 성격을 “상견례 자리”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제한했다.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독대를 거부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정 갈등이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가지려 했다. 하지만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언급한 이후, 추석 이후로 무기한 연기했다. 또 취임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이 와중에 독대까지 무산되면서 갈등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당정 관계가) 이미 악화돼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실상 정부·여당이 분리되는 게 아닌가. 원팀이라고 보기는 이제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것을 두고서도 신경전이 있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추후 공개를 하면 훨씬 신뢰성도 높아지고 좋아질텐데 사전 공개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곤욕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체코 순방 성과들이 아닌 독대 기사로 도배되고 있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하는 동안 한 대표 측이 대통령실에 독대를 압박하며 당정 관계 주도권을 가져가는 모습이 됐다는 점에서다.

한 대표측은 불필요한 감정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측 관계자는 “사실은 서로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뭘 공개했다는 건가. 대통령이 여당 대표 만나는 것이 뉴스 거리인가. 이게 무슨 김정은하고 비밀 회담 하는 것도 아니지 않냐”라고 반문했다.

이날 만찬이 진행되더라도 사실상 ‘빈손 회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로 의정갈등 해법에 승부수를 띄웠지만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에 독대를 통해 적극 설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번 만찬을 상견례로 규정하면서,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문제 등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독대 무산은 내달 취임 100일을 앞둔 한 대표의 성적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당정 갈등 양상이 재현되면서 여권 재결집의 기회를 또 다시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달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막상 원외 당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도 줄어든다.

당정 갈등이 계속되는 양상은 윤 대통령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주요 현안을 놓고 여당과 엇박자를 자꾸 내면, 결국 국민들을 설득할 동력이 더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모두 동반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이번 만찬은 아주 의례적인 만찬밖에는 안 될 것”이라며 “정부 여당과 대통령실이 지금 중요 현안에 대해 제대로 보고 있느냐는, 위기 의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에서 다음 독대 기회를 마련하면서 현안에 대해 깊이 논의하겠다고 하면 양쪽 다 체면도 살고 (독대의) 여지도 열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호 기자(best222@chosunbiz.com);박숙현 기자(cosmo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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