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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동거녀 살해후 ‘시멘트 암매장’… 범행 16년만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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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암매장후 8년 더 살다 떠나

경찰, 50대 구속… 마약 혐의도 수사

동아일보

경남 거제시 한 건물 베란다에서 여행용 가방에 담긴 시신이 발견됐다. 거제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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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여성을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후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은닉한 50대가 범행 16년 만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시신을 암매장한 원룸에서 범행 이후 8년이나 더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거제경찰서는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혐의(살인)로 A 씨(58)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08년 10월 10일 주거지인 경남 거제시 원룸에서 동거녀 B 씨와 다투다 둔기로 머리와 얼굴을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숨진 B 씨의 시신을 가로 43cm, 세로 70cm, 높이 27cm 크기 천 재질의 여행용 가방에 넣어 원룸 베란다로 옮겼다. 이후 가방 주변에 벽돌을 쌓고 10cm 두께로 시멘트를 부어 건물 구조물처럼 보이게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시신 은닉 부분의 공소시효(7년)가 지나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A 씨의 범행은 약 16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지난달 집주인이 건물 누수 공사를 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 파쇄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발견했다. 당시 시신은 사람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백골화가 진행되지 않았고 지문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신이 2006년부터 원룸에 살다가 2011년경 실종 신고된 B 씨임을 확인했다. B 씨는 사망 이전부터 장기간 가족들과 연락을 끊은 탓에 실종 신고가 늦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도 A 씨를 의심하고 참고인 조사를 벌였으나 시신을 찾지 못한 데다 B 씨가 숨졌다는 정황이 없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당시 A 씨는 “B 씨와 싸우고 헤어진 이후로 행방을 모른다”고 경찰에 거짓 진술했다.

지난달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A 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경남 양산에서 19일 체포해 구속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성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A 씨의 엽기적인 행각도 드러났다. 그는 범행 이후 2016년까지 8년 동안이나 시신을 숨긴 원룸에서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2016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돼 이듬해 출소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고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도 확인해 수사 중이다.

거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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