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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이스라엘, 말려도 끝까지 간다? 레바논 남부에 대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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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지난주 이스라엘이 배후로 추정되는 레바논 연쇄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일주일째 전면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공격을 주고 받았다. 이스라엘군(IDF)이 레바논 남부 주민에 대피를 촉구하며 지상 침공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 목표물 150곳 이상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한 대규모 로켓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식별한 뒤 이 같은 공격을 행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국경 지대인 레바논 남부 뿐 아니라 동부 베카밸리, 시리아 인근 북부 지역까지 공격 당해 지난해 10월부터 거의 1년간 이어진 분쟁 중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공습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국영 <NNA> 통신에 따르면 이 공습으로 최소 1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헤즈볼라가 민간 주택 내부에 순항 미사일을 숨기고 있다며 이러한 주택 내부 및 인근, 헤즈볼라 거점 근처에 거주하는 레바논 남부 주민들은 즉시 떠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레바논 지상 침공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헤즈볼라와의 분쟁 탓에 대피 중인 이스라엘 북부 주민 귀환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지상전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레바논 남부 주민에 대한 대피 경고가 지상 침공이 임박했음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하가리 대변인이 "현재 공중 작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AP> 통신도 이스라엘군 당국자가 이스라엘이 공중 작전에 집중하고 있고 지상 작전에 대한 즉각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7~18일 호출기 및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로 레바논에서 39명이 죽고 3000명 이상이 다친 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은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일 레바논 남부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뒤 곧바로 20일 베이루트 교외 주거용 건물을 폭격해 헤즈볼라 고위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을 포함해 조직원 16명을 살해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해당 폭격으로 어린이 3명, 여성 7명도 희생돼 총 4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며칠 만에 이스라엘 공격, 혹은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된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80명 이상이 숨진 셈이다.

22일 보복 공격에 나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100발 이상을 쏴 이스라엘 주민 여러 명이 다쳤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2일 오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순항 미사일, 무인기(드론), 로켓 등을 약 150발 발사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발사체가 방공망에 요격됐지만 한 발이 인구가 많은 하이파 인근 키리야트 비알리크 마을 주거 지역에 떨어지며 차량과 건물이 불탔다.

이스라엘 긴급구조대에 따르면 이날 북부에서 최소 4명이 파편으로 인한 부상을 입었다. 다만 이날 북부 전역에 공습 경보음(사이렌)이 울린 가운데 소리에 놀린 차량 운전자가 벽을 들이받으며 탑승했던 17살 소년이 사망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이 전했다.

<로이터>, <뉴욕타임스>를 보면 헤즈볼라 부지도자 나임 카셈은 22일 로켓 공격은 "시작일 뿐"이며 이스라엘과의 전투가 "끝없는 심판"이라는 "새 장으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 공습에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의 교전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 영토 가장 깊숙한 곳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200명을 죽이고 250명 이상을 납치한 뒤 벌어진 가자지구 전쟁에서 헤즈볼라는 하마스 지원 명목으로 이스라엘과 국경 지역에서 제한적 교전을 벌여 왔다. 이로 인해 접경 지역에서 대피가 이뤄진 상태고 거의 1년 가까이 피난 생활 중인 6만 명의 북부 주민을 귀환 시켜야 한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2일 영상 연설을 통해 "어떤 나라도 자국 도시에 대한 고의적인 로켓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 안보를 회복하고 우리 국민들을 집으로 안전하게 되돌려보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필요한 모든 조치"라는 표현이 지난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하기 직전 네타냐후 총리의 수사와 유사하다며 전면전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우려했다.

미국 및 국제사회는 자제 및 외교적 해법을 촉구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2일 미 A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군사적 갈등 확대가 그들(이스라엘)의 최선의 이익이 아니라고 믿는다"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는 이 지역 긴장 수준이 "불과 며칠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 북부 주민 귀환을 위해 "두 번째 전선"을 여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이스라엘 쪽에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같은 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자들에게 "더 큰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은 이번 충돌 확대의 직접적 발판이 된 지난주 호출기 폭발에 대해선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22일 성명을 통해 "양쪽 민간인들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가자지구와 마찬가지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에도 "휴전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유엔 레바논 담당 특별조정관 지니 헤니스플라샤르트도 같은 날 성명을 내 "양쪽 모두를 더 안전하게 만들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며 전면전이라는 "임박한 재앙"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주 호출기 폭발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통신 체계까지 꿰뚫으며 굴욕과 실질적 피해를 안겼지만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이스라엘 또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국방·안보 편집자 댄 사바그는 "헤즈볼라는 3~5만 명의 전투원과 비슷한 규모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며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더 크고 유능한 군사 집단"으로 "지상전으로 확대될 경우 명확한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말 양쪽이 주고 받은 공격 규모를 볼 때 "전면전의 문턱을 넘지 않았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상황을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 정보 장교였던 마이클 밀슈타인이 이스라엘이 이미 가자지구에서 "소모전"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략 없이 북쪽(레바논 방면) 뿐 아니라 역내 확전"으로 이어진다면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동맹국들과 위기를 겪으며 명확한 목표 없이 불분명한 전쟁으로 빠져들 것이다.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한편 22일 미국 CNN 방송은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북부에서 민간인을 전부 강제 이주 시키고 하마스 전투원만 남긴 뒤 구호품을 끊는 방식으로 완전 봉쇄해 인질을 석방시키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퇴역 장군에 의해 처음 제시된 이 안은 포위된 가자지구 북부에 식량을 포함한 모든 물자 공급을 끊으면 굶주린 하마스 전투원들이 인질을 풀어주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CNN은 이스라엘 국영 방송 칸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크네세트) 외교국방위원회와의 비공개 회의에서 이 계획이 "매우 합리적"이며 "고려 중인 계획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CNN은 한 이스라엘 당국자가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은 맞지만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이지 채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충분히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지속적으로 비난 받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4만1272명이 죽고 9만5551명이 다쳤다.

프레시안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 뒤 레바논 남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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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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