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변동 추이/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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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빅컷'(한 번에 정책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금리인하 흐름이 시작됐다. 다만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물가와 경기 측면을 보면 금리 인하가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금리인하를 망설이게 했던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 등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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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한 번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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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았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두 차례 금통위 가운데 적어도 한 번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
한은은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커진 상황에서 예상보다 더딘 내수 회복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 금리 인하를 망설인다. 금리인하가 서울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겨선 안 된다는 경계감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가 늦어지면 내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으로 11월보다는 10월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10월 인하설'에 힘을 싣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 측면에서 한은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애써 간과하고 있다"며 "1분기 '깜짝 성장'의 효과가 지속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10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2분기부터 민간소비 둔화 등 내수 침체 조짐이 나타났기 때에 금리를 또 동결하면 경기침체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가 잡힌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경기 침체를 겪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한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50bp(1bp=0.01%포인트)의 인하 결정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책 전환이 지연되지 않기 위한 강력하고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나 국책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한은은 지표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의 언급은 선제적 대응 필요성에 힘을 싣기 때문에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리스크를 고려할 때 한은이 호흡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홍범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융안정에 대한 책임이 커졌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25년 가까이 지속돼 온 문제고 경우에 따라 심각하게 부각되기 때문에 10월엔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게 한은 입장에서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글로벌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연준이나 다른 주요국 대비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지 않았던 점도 금리 인하를 늦출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김 명예교수는 "한은이 지난해 두 차례 정도는 금리를 더 올렸어야 했다고 본다"며 "큰 무리없이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리지 않았던 것이 지금와서는 내려야 할 때 내리기 힘든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국민과 소통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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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서울 집값, 변수 제거됐나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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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금리 인하 결단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가계부채와 부동산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물가만 잡히면 금리를 낮추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세가 발목을 잡았다. 한은은 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거시건전성 정책과 금리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부채는 9조3000억원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8조2000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앞둔 대출 막차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심상찮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8월 금통위는 만장일치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당시 금리 결정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한은은 당시 상황에서는 최적의 결정이었다고 자평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8월에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내수도 조금씩 회복됐고 당시 주택가격 상승과 거래량이 정점을 찍을 때였다"며 "금리를 내리면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해 당장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정부 정책들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보고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금통위에선 9월과 10월 초까지의 데이터를 확인해 금리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은은 8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정점을 기록했고 9월에는 이보다 증가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대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 노력이 지속된다는 이유에서다.
최창호 통화정책국장은 "단기적으로는 현재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높아진 주택가격 수준이나 정부 정책 등을 볼 때 지금 같은 높은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는 정부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물가와 경기 지표 측면에서 금리인하 여건이 형성된 상황에서 가계부채만을 이유로 한은이 금리인하를 지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는 다음 달 1%대로 내려갈 만큼 안정화됐고 내수 경기는 자영업자 폐업률이 팬데믹 수준까지 오를 정도로 나쁜 상황"이라며 "한은이 줄곧 하나의 가격 지표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 온 만큼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지표만 고려해 금리인하를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가격은 한은의 금융안정 목표에 포함되는 일이지만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해서 잡힐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상한을 낮춘다거나 대상 대출 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억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8월 정점을 기록한 뒤 점차 완화될 것이란 낙관 전망이 나온다. 윤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강남 3구를 제외하고는 대출을 더 받아서 집을 쉽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6%로 상승폭이 줄고 있고 10월 금통위 전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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