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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尹대통령에 독대 요청한 한동훈… 용산 “상황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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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예정 與지도부 만찬 전후… 의정협의체 등 별도 논의 구상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뒷모습)이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체코로 출국하기 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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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오는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회동 때 윤 대통령과 별도 독대(獨對)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醫政) 갈등 장기화 등으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자,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해 정국 해법을 모색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독대 요청을 받아들일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22일 본지 통화에서 “추석 연휴 전후로 정부·여당에 대한 엄중한 민심을 확인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해 민심을 전하고 정국 해법을 건의하고자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시중 여론을 전하면서 의정 갈등 등 쟁점 현안 해법을 진지하게 논의하기 위해 독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대 여부는 상황을 좀 보자”고 했다.

한 대표는 독대가 성사되면 의정 갈등 해법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확인하고 자기가 구상하는 해결책을 건의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 정부의 유연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자기 생각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 대표 측 인사는 “김 여사와 관련해서는 한 대표가 이미 언론 인터뷰 등에서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만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는 24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이 현재 정부·여당이 처한 난맥을 바로잡을 계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여권이 처한 현 상황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일대일로 해법을 찾아야 할 정도로 위중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속내를 터놓고 얘기하지 않으면 엄중한 정국 난맥을 풀기 어렵고, 무엇보다 대통령과 위기를 극복하자는 데 뜻을 모을 수 있는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단체로 만나 ‘단합’만 외치다 끝나는 식으로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가 성사되면 여·야·의·정 협의체 등 의정 갈등 해법을 집중 건의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한 대표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으로 불거진 의정 갈등 해소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일 제안했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 대표 측 인사는 “한 대표는 정부가 의료계와 벌이는 책임 공방을 중단하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도 논의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더해 사직한 전공의들과 관련한 수사를 유예해 달라는 건의도 독대 자리에서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체코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22일에도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수용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찬을 하기로 했으니 상황을 좀 보자”고 했다. 여권 일부 관계자 사이에선 “필요하다면 독대든 뭐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류도 감지됐다. 한 대표 측 인사도 “지금 상황이 만남의 모양과 의전을 따질 때가 아니지 않은가”라고 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20%)과 국민의힘(28%) 지지율이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치로 나타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톱다운식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권에서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독대 요청을 두고 “정권 3년 차에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기간 여당을 이끄는 원외 대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 대표가 대통령과 관계 재정립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23일 취임하고 두 달이 지났지만 당대표로서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입장을 내놓으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양자 회담’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 등으로 중재자 역할도 모색했지만 아직 성과로 이어진 것은 없는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통령과 원만한 소통 없이 여당을 이끌어가려다 보니 당내 의원들은 물론 야당을 상대할 때도 힘이 실리지 않는 것”이라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해야 할 때는 소통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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