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담배도 안 피우는데…조리 매연 노출되면 폐암 위험 3.4~8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폐암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으로 저선량 CT 검사해야
한국일보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엌에서 음식 조리할 때 흡입하는 연기·간접 흡연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당 36.8명(2021년 국내 사망 원인 통계)이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24년간 부동의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암 발생률 3위로 환자도 줄지 않고 있다.

폐암의 가장 큰 원인(80% 정도)으로 꼽혔던 흡연율도 점점 줄고 있어(2012년 25.8%→2021년 19.3%) 그나마 다행스럽다. 문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에 걸리는 사람이 점점 증가한다는 점이다.

◇미세먼지·조리 매연도 발병 원인 꼽혀


흡연(간접 흡연 포함)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맞지만 비흡연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에는 비흡연 폐암 발생도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10마이크로미터 이하 오염 물질)는 비흡연 폐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위험 물질이다. 이현우 서울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이 수도권 거주자 583만1,039명을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면 폐암 발병률이 높아졌다.

또한 부엌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인 ‘조리 매연(cooking fume)’도 조심해야 한다. 음식 조리 시 기름을 고온으로 끓일 때 산화하며 나온 발암성 물질이 연기와 섞인 조리 매연이 폐암을 일으키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비흡연자 중 조리를 자주 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폐암 발생률이 3.4~8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송승환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부엌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자주 환기하면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석면·라돈 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도 폐암 유발 원인이다. 석면의 경우 폐 속에 쌓이면 만성 염증을 유발해 폐 섬유화를 거쳐 폐암까지 악화할 수 있다. 폐렴·폐결핵·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 질환도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COPD는 폐암 위험을 2~3배 높인다.

직계 가족 가운데 폐암에 걸린 가족력이 있다면 폐암 위험이 2배, 사촌이 폐암에 걸렸다면 30% 높아진다. 이 밖에 직업 특성상 중금속ㆍ매연 등에 자주 노출되면 폐암에 걸리기 쉽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특정 발병 요인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조리할 때 환기를 생활화하고, 고령이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등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정기 검사해야


특히 폐암은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에 조기 암 검진 지침에 따른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기침·객혈·호흡곤란 등 폐암을 초기에 의심해볼 수 있는 호흡기 증상은 폐암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으로 보기 어려워 간과하기 쉽다. 피 섞인 가래·가슴 통증·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미 어느 정도 폐암이 진행되고 전이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김연욱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하지만 이런 증상은 폐결핵이나 기관지확장증, 기관지염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전체 폐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非小)세포폐암은 비교적 성장 속도가 느리고 주변 조직으로 퍼진 후에 다른 장기로 전이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초기에 발견한다면 수술로 긍정적인 예후(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평소 이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으로 암을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폐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도록 여러 검진 제도가 운영 중이다.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54~74세 폐암 고위험군은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2년마다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폐암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조리 매연·석면 등 직업·환경적으로 미세먼지 노출이 많거나 △고령이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저선량 CT 검사가 필요하다.

저선량 CT 검사를 통해 폐암 진단을 받으면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해야 한다.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에는 EGFR·ALK·ROS1 등 다양하다. 유전자 돌변변이가 발견되면 해당 돌연변이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를 쓰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한국인에게 유독 많은 EGFR 변이는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절반가량(40~55%)에 해당된다.

EGFR 변이 환자가 많기에 현재 3세대 표적항암제까지 나와 처방되고 있다. 3세대 EGFR 변이 표적항암제는 기존 1, 2세대 표적항암제와 달리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BBB) 투과도가 높아 폐암이 뇌로 전이된 환자에게 폐 종양과 뇌 병변 모두에 효과적이다.

3세대 EGFR 변이 표적항암제로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국내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도 있다. 한국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이 20.8개월을 달성하는 등 기존 1, 2세대 표적항암제보다 훨씬 좋은 예후를 나타내고 있다.

이세훈 교수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최근 나온 국산 3세대 표적항암제를 사용해보니 위험 인자나 뇌 전이 여부 등과 관계없이 일관된 치료 효과를 보여 고무적”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