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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배민·쿠팡보다 4000원 싸다"…수수료에 발끈한 소상공인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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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2년 2월21일 서울 강남구의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을 한 배달 노동자가 지나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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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음식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서모(45)씨는 주요 배달앱에 ‘삼겹살 500g(고기만)’ 상품을 2만8000원에 판다. 그런데 최근 공공 배달앱(‘먹깨비’ 등)에선 가격을 4000원 낮춘 2만4000원으로 제시한다. 서씨는 22일 중앙일보에 “중개수수료만 보면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 3사는 약 10%로 높은 데 반해 공공앱은 1~2%로 낮아 공공앱에선 가격을 낮출 여유가 있다”며 “고객들이 가급적 공공앱을 써 식당과 윈윈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달앱 3사를 향한 소상공인들의 역습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과거엔 배달앱 3사의 고율 중개수수료 등을 비판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배달앱 3사와 공공앱에서의 가격차별 같은 경영 전략까지 구사하기 시작했다. 소상공인 단체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 협회’의 김영무 회장은 “공공배달앱에서 가격을 낮춰 팔자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며 “가격 차별이 아니더라도 서비스로 음식을 더 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식당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부분의 공공 배달앱들은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 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경기도가 운영해온 ‘배달특급’의 경우 예산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88억원 들어갔는데, 같은 기간 거둔 중개 수수료 이익은 256억원으로 적자를 봤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021년 12월 60만명대에서 올해 2월 26만명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공공앱에서 싸기 팔기’ 운동으로 활로를 뚫어주는 모양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작정 배달앱 3사에 ‘중개수수료 등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공공앱과의 가격차별 전략이 자유시장을 존중하는 관점에서 더 나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업주들은 배달앱 3사를 통할 때와 공공앱을 통할 때 다른 가격표를 각각 분명히 만들어 미리 공개하면 소비자들을 더욱 공공앱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지난 7월부터 정부가 주선하고 있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선 소상공인들의 또 다른 전략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차 회의에서 소상공인들은 “주요 배달앱 3사의 수수료·광고비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소비자들은 ‘배달앱 3사가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게 되고 배달앱 3사를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소상공인들은 구체적으로 “배달앱 3사가 소비자에게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할 때 해당 배달비를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점 등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들은 또 “배달앱을 통한 주문 고객의 데이터를 입점 소상공인들도 알게 해 단골고객 관리 등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도 했다. 소상공인들은 주요 배달앱 3사가 거두는 중개수수료율 등을 낮춰 달라는 기존 요구도 이어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가맹점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가맹본사들로 구성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6일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배달앱 3사에 대해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계획을 밝혔다. 나명석 비대위원장은 “배달앱 3사가 올해 무료배달 경쟁으로 인한 비용을 모두 가맹점에 전가해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피자, 족발 등 관련 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배달앱 측에서는 “상생협의체에서 논의해보자”며 진화에 나섰고, 신고는 보류된 상태다. 상생협의체를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0월까지 구체적인 상생안이 나오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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