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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생태 학살" "항공 오지 탈피"…8077억 새만금공항 놓고 갈라진 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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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지난해 8월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철수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버스 1014대를 동원해 156개국 3만7000여명을 수도권 등 전국 8개 시·도로 대피시켰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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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항공청 주민설명회 파행



정부가 8077억 원을 들여 짓기로 한 새만금 국제공항이 잼버리 파행 후폭풍으로 보류됐다가 1년 만에 재개됐으나 첫 삽도 뜨기 전에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정부가 내년 착공을 염두에 두고 주민 대상 설명회를 열었지만,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반발로 파행으로 끝나면서다. 반면 지역 경제인 등은 2029년 개항을 촉구하며 공항 백지화 주장에 강경히 맞서겠다고 밝히는 등 찬반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22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소속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 20일 오후 2시 전북 군산시 군산 예술의 전당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공사 개요 ▶2022년 12월 용역에 착수한 환경영향평가 초안 ▶금개구리·양뿔사초 등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한 이주 계획 ▶항공기 소음·분진 저감 대책 등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전북 지역 49개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회원 30여명은 "공항 건설을 철회하라" "갯벌을 보존하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이 단상에 올라가자 이를 말리는 경찰·군산시 관계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설명회는 20분여 만에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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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궐기 대회에서 새만금 SOC 예산 삭감과 갯벌 복원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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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행동 "생태 학살…예산 남용"



공동행동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공항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허구로 위장한 미군의 대(對)중국 전쟁 활주로 증설에 불과하다"며 "(공항 건설은) 8000년의 시간을 간직한 수라갯벌을 파괴하고 기후와 생물 다양성 붕괴를 가속화하는 생태 학살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북 지자체와 정치인들이 (새만금 공항) 예타 면제를 요구했던 명분은 2023년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였다"며 "이는 세계적인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공동행동은 2022년 9월 국민소송인단 1308명과 함께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공동행동은 "매년 30억 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는 군산공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공항이 10개나 있는데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은 심각한 국가 예산 오·남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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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2024년 국가 예산 확보' 관련 브리핑에 앞서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전북 지역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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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개 단체 "백지화 강경히 맞설 것"



그러나 새만금 공항의 조속한 건설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와 이장·통장연합회 등 도내 209개 민간 단체가 모인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건설 추진연합'은 지난 19일 전북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국제공항은 전북이 항공 오지의 서러움을 떨치고 민간 투자 유치와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필수 기반 시설"이라며 "국토부가 국제공항 등 새만금 SOC 사업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 지난달 '문제없다'고 확인한 만큼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공항이 2029년 개항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고 적정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어 "이미 2006년 대법원에서 새만금 사업 매립 면허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났다. 공항시설법·환경영향평가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책 사업에 대한 일방적인 백지화 주장은 전북도민의 오랜 염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공항 건설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강경하게 맞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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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도 "내년 착공…2029년 개항"



한편 새만금 공항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선정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국토부는 2022년 6월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다. 2024년 7월 착공해 활주로(2500m×45m)와 여객터미널(1만5010㎡)·화물터미널(750㎡) 등을 지어 2029년 개항하는 게 핵심이다.

새만금 공항 정부 예산은 올해 327억 원에서 내년 632억 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도 안팎에선 올해 말까지 설계 용역이 진행되고 국토부 승인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 관계자는 "애초 착공 시점보다 반년 이상 지연되긴 했지만 (활주로·계류장 등 에어사이드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된) HJ중공업 컨소시엄이 공사 기간을 6개월 단축하기로 약속했다"며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정부·정치권과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라고 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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