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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책 읽으러 올해만 200만명 몰렸다…외신도 주목한 서울 핫플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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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야외도서관 운영 주역 인터뷰

지붕도 없는 이곳에 올해 들어 2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난 2022년 시작된 서울야외도서관 얘기다. 서울야외도서관은 도서관 서비스를 건물 밖으로 끌어낸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현재 서울광장(책읽는 서울광장)과 광화문(광화문 책마당), 청계천(책읽는 맑은 냇가) 등 세 곳에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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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야외도서관 '책읽는 서울광장' 에서 저녁 시간 독서를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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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 이들이 있다. 서울도서관 이효성 주무관과 장화희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이 주무관은 ‘책읽는 서울광장’을, 장 주무관은 ‘광화문 책마당’을 각각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시 소속 사서직 공무원이다.



책 1만2000권 진열, 20분이면 뚝딱



현재 서울광장에는 11개, 광화문에는 36개의 서가가 각각 있다. 곳곳에는 책이 담긴 책바구니가 100~200개가 배치되어 있다. 책 옆에는 빈백(Bean bag) 등 앉을 자리가 마련돼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자유로이 널브러져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그 덕에 올여름 무더위에도 이용객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광장의 경우 주말에는 하루 1만명 넘게 찾아온다. 1200석의 자리는 만석이 될 때도 많다. 이 주무관은 “시민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작은 방석들을 별도로 비치해 대여 중”이라고 했다. 퇴근길 러시아워를 피해 두어 시간씩 책을 읽는 직장인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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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살펴보고 있는 이효성 주무관(왼쪽)과 장화희 주무관. 서울야외도서관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은 서울시 소속 사서직 공무원들이다.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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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1200석이 만석, 오세훈 시장도 종종 방문



세 곳의 거점에서 한 번에 풀리는 책은 1만2000여권. 광화문과 서울광장이 각 5000권, 청계천이 2000권 수준이다. 책과 서가를 거리로 내놓는 데에는 2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초기에는 한 시간 넘게 걸렸던 작업이다. 이 주무관은 “세 거점의 타깃 독서층이 다르다”고 했다. 한 예로 서울광장의 경우 평일에는 직장인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독서객이 많다. 이 주무관은 “평일에는 가볍고 읽기 좋은 책, 그리고 너무 두껍지 않은 재테크 관련 서적이 인기”라며 “주말에는 귀여움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책들을 배치한다”고 했다. 광화문의 컨셉트는 ‘도심 속 휴양지’다. 그에 맞게 1시간 내외로 볼 수 있는 웹툰 같은 가벼운 책이 많다. 장 주무관은 “광화문 광장에선 본인의 책을 가져와서 보는 사람도 많다”고 귀띔했다. 세 곳 모두 '최대한 책에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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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야외도서관 책읽는 맑은 냇가(청개천)에 모여든 독서객들. 사진 서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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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도서관은 이미 명소가 됐다. 올들어 이달 초까지 야외도서관 이용자는 186만명에 달한다. 연말까지 200만명을 가볍게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인 독서객도 다수다. 일본과 미국ㆍ프랑스 등 해외 언론의 취재도 잦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주말이면 종종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서너 시간씩 보낸다. 참고로 서울야외도서관은 지난해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꼽은 친환경 도서관(Green Library) 부문 3위에 꼽혔다. 올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혁신협의체(OPSI)의 정부혁신 우수사례에 선정됐다.



6개 기상청 정보 매일 확인



청결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매일 아침 의자 등을 새로 닦는 이유다. 올들어 분실된 책은 총 44권에 그친다. 장 주무관은 “야외도서관은 함께 사용하는 곳이란 인식이란 확고히 자리 잡은 덕분”이라고 했다. 책이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했다. 장 주무관은 다만 “햇볕이 따갑고 사람 손에 자주 닿다 보니 인기있는 책은 1년 이상 버티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매년 전체 책의 20%가량은 교체한다. 1년에 드는 도서 구입비는 1억원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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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에서 저녁 시간 독서를 즐기고 있는 시민.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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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자신을 “대한민국 사서 중 가장 일기예보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야외도서관인 만큼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건 필수다. 두 사람은 “지인들이 먼저 '내일 어디 비 온다더라'라고 말해줄 정도”라며 웃었다. 우리나라와 노르웨이를 포함 6개 기상청 정보를 참고한다고 했다. 장 주무관은 “광화문에서 하늘을 보다가 시청 방면으로 구름이 몰려가면 바로 알려주는 식으로 현장에서도 실시간 소통한다”고 했다. 덕분에 하늘만 봐도 대충 비가 올지 감이 온다고 했다. "어느 나라 기상청이 가장 정확하냐"는 질문엔 웃음으로 답했다.

비 예보가 뜨면 서가와 책바구니에 방수포부터 씌운다. 사람이 비를 맞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주말이나 저녁 시간을 거의 반납하다시피 한 건 기본이다. 두 사람은 “팔자려니 생각한다”며 웃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보람도 크다. 이 주무관은 “야외도서관에서 ‘너무 행복하다’는 독서객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 ‘독서는 고리타분한 것’이란 인식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서울시 "야외도서관 모델 본격 확산 나설 것"



한편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은 내년에는 서울 전지역으로 야외도서관 모델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또 낮아진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독서진흥 모델 개발에도 주력한다는 목표다. 서울야외도서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한 지자체와 각급 기관은 이미 100여 곳을 헤아린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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